사육곰 생츄어리로 간다면…“글쎄, 축하를 해줘야겠죠?”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농장 조사 및 시민 인식 조사 결과 공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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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한국지부(한국HSI)가 16일(화) ‘2024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농장 조사 및 시민 인식 조사 결과 공유회’를 개최했다.

사육곰 농장 현장조사와 시민인식 조사 결과가 공유된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5년 사이 사육곰 산업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많이 높아졌지만, 보호시설(생츄어리)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육곰 매입이나 남은 사육곰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6월, 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엠브레인 시행).

사육곰 산업의 배경과 현황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높아졌다. 전체 응답자의 74.1%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5년 전 응답률(43.1%)보다 31.0%P나 높아진 수치다.

발표를 맡은 한국HSI 이상경 팀장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지난 5년간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대중 인식이 상당히 제고됐다”고 말했다.

전 연령대에서 인지도가 상승한 가운데 특히, 19~29세의 인지도는 21.1%에서 68.8%로 50%P 가까이 상승했다.

사육곰 산업이 법으로 금지되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약 절반 정도였다. ‘사육곰 산업 불법화’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55.2%였다(잘 알고 있다 10.3%, 어느 정도 안다 19.0%, 들어본 적 있다 25.9%).

다만, 곰 생츄어리(사육곰 보호시설)에 대한 인지도는 낮았다.

정부가 건립하고 있는 보호시설(생츄어리)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4.8%에 그쳤다. 심지어 잘 알고 있다(1.8%)는 응답자와 어느 정도 안다(7.0%)는 응답자는 10%도 채 되지 않았다.

보호시설이 건립되는 지역의 시민 인지도도 낮았다. 정부는 현재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 보호시설을 짓고 있는데, 충남 지역의 인지도는 평균보다 약 10%P 낮은 15.0%였고, 전남도 29.0%에 그쳤다. 민간 생츄어리 건립 추진에 대한 인지도 역시 낮은 편이었다(29.1%).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제공

시민들은 대부분 ‘사육곰 산업의 남은 문제점들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시설에 들어갈 곰의 매입 비용(농가 보상비)을 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응답이 69.8%에 달한 것이다. 시민단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7.7%였고, 보상이 필요 없다는 의견은 20.1%였다.

남은 사육곰의 처리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정부가 추가로 보호시설을 건립해서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44.0%였고, 동물복지단체(시민단체)가 민간 보호시설을 건립해서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33.4%였다. 정부가 매입 후 안락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12.8%였고, 농장에서 기르다가 자율적으로 도살해야 한다는 응답은 7.1%에 그쳤다.

곰 생츄어리(보호시설) 방문 정책의 경우, 기존 동물원처럼 방문객이 무제한 방문하는 방식(16.7%)보다는 일일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안내인과 동행하는 방식(64.0%)이어야 한다는 응답자가 훨씬 많았다. 18.1%의 시민은 ‘아예 방문자를 허용하지 않고 돌봄만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상경 팀장은 “사육곰 산업의 책임이 농장주라는 개인에게 환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무엇보다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제공

“글쎄, 축하를 해줘야겠죠?”

자신이 기르던 사육곰이 보호시설로 가게 된다면 심정이 어떻겠냐는 질문에 한 농장주가 한 대답이다.

이날 공유회에서는 전국 18개 사육곰 농장의 농장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면담 분석 결과도 공유됐다.

발표를 맡은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이세림 활동가에 따르면, 농장주 대부분은 사육곰을 향해 상당히 온정적이고 애정어린 시선을 보냈으며, 곰을 착취의 대상이 아닌 친근한 관계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세림 활동가는 “흔히 사육곰 농장주라고 하면 가혹한 조건에서 곰을 감정 없이 착취하는 가해자의 이미지로 그리기 쉬운데, 실제로 만난 농장주들은 매일 같이 사육곰을 만나며 정서적 연결을 경험하고 곰의 더 나은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도 했다. 곰 사육 환경이 동물복지 측면에서 열악한 것은 사실이나 많은 농장주가 성의를 다해 곰을 돌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사육곰을 보호시설(생츄어리)에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농장주가 찬성했으며,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나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이세림 활동가는 “경제적인 조건이나 제도적인 상황과 별개로, 농장주들은 그동안 동고동락해 온 곰들이 보호시설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심정적으로 기원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절반 정도의 농장주는 ‘곰들이 보호시설에 가기 전 웅담 구매자가 나타나도 웅담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26년부터 사육곰 사육과 부속물(웅담) 생산·섭취 등이 금지된다.

사육곰 생츄어리로 간다면…“글쎄, 축하를 해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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