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 수의사법 개정안, 22대 국회에서도 시작됐다
지난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 냈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다시 대표발의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를 의무화하려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 들어 처음으로 발의됐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사진, 서울 마포을)은 보호자가 동물병원 진료기록을 열람하고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16일 대표발의했다.
반려동물에 대해 부당한 진료를 막고, 진료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진료 중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진료기록이 추가기재·수정된 경우 수정된 기록과 수정 전 원본을 모두 포함하도록 했다.
지난 국회서 진료부 공개 의무화 수의사법 개정안만 7건
대표발의자 중 유일한 생존자 정청래 의원이 이번 국회서도 같은 내용으로 또 발의
수의사회는 부작용 우려..자가진료·약사예외조항 선결 우선
동물을 진료한 수의사는 진료한 사항을 기록한 진료부를 기록·보관해야 한다. 동물의 품종·연령 등 기본 정보와 진료 연월일, 동물 소유자의 성명·주소, 병명과 주요 증상, 치료방법(처방과 처치), 마약류를 사용할 경우 품명과 수량 등을 기록한다. 법적 보존기간은 1년이다.
반려동물 진료를 중심으로 수의료 분쟁이 늘어나면서 진료부 공개를 의무화하라는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소유주가 진료부 열람이나 사본 발급 등을 요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수의사가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형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만 7개나 발의됐는데, 대표발의했던 의원 7명(이성만·홍성국·정청래·안병길·허은아·이상헌·이주환, 이상 발의순) 중 이번 국회에도 여의도에 입성한 의원은 정청래 의원이 유일하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진료부 공개 의무화 법안을 처음으로 발의한 것도 정청래 의원이 됐다. 21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내용 그대로 다시 대표발의했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다. 섣불리 진료부 공개가 의무화될 경우 동물 자가진료와 약품 오남용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면서다. 진료부의 처방기록을 보고 동물 소유주가 자가처치에 나설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수의사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동물용의약품은 약 20%에 불과한데다 그마저도 주사용 항생제·생물학적제제를 제외하면 동물약국에서는 수의사 처방없이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다.
사람의료에서 이미 의무기록 제공이 의무화되어 있다는 주장도 동물병원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 사람에서는 질병 치료의 핵심이 되는 전문의약품이 전체 의약품 생산액의 86%를 차지하는데다, 의사 처방 없이는 사실상 구할 수 없도록 제도가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행법상 동물병원은 축종별로 구분되어 있지도 않다. 관련법 개정안은 하나같이 반려동물 진료상황만 상정하고 있지만, 법이 개정되면 소·돼지·가금 등 농장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들 가축은 여전히 법적으로 자가진료가 전면 허용되어 있다. 부작용 위험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수의사회는 자가진료 전면 금지,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 삭제, 동물진료 표준화 등이 선결된 이후 진료부 공개 의무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됐던 개정안은 모두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료비 게시와 공시제, 중대진료행위에 대한 사전고지 등 각종 규제입법이 통과된 바 있는만큼 이번 국회에서 진료부 공개 법안을 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지난달 ‘반려동물 진료기록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약정보를 포함한 반려동물 진료기록을 보호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수의사법 개정을 심의하는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를 포함한 소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야당 간사인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법안소위 위원장을 맡고 문금주·문대림·윤준병·임미애·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선교·박덕흠·서천호·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