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식품안전특위 “반려동물사료 유형에 처방식 추가해야”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안 논의
정부가 마련한 펫푸드 표시기준 제도 개정(안)의 반려동물사료 유형에서 ‘특수목적영양사료(질환관리사료, 일명 처방식)’가 제외된 가운데, 처방식 카테고리를 추가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
대한수의사회 반려동물식품안전특별위원회가 10일(목) 회의를 개최하고 ‘특수목적사료’ 유형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사료 유형 단 2가지로 분류하겠다는 정부
정부(안)대로라면 처방식 사료는 간식처럼 ‘기타 반려동물사료’로 표시해야
대한수의사회 반려동물식품안전특별위원회(위원장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장)는 지난 9월 23일 ‘펫푸드 표시기준 제도 개정(안) 공청회’가 열린 뒤 대책 마련을 위해 이날 회의를 개최했다.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주재로 열린 당시 공청회에서는 ‘펫푸드 제도개선 협의체’ 등을 통해 마련된 펫푸드 표시기준 제도 개정(안)(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안)) 내용이 소개됐다.
별도의 법 제정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농림축산식품부고시)’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고시 개정(안) 내용 중 논란이 된 부분은 ‘반려동물사료의 유형’이었다.
반려동물사료를 ‘반려동물완전사료’와 ‘기타 반려동물사료’ 단 2가지로만 분류하고, 제도개선이 처음 추진될 때부터 언급됐던 ‘특수목적영양사료(특수목적식, 질환관리사료, 처방식)’가 빠진 것이다. 국내에 수의영양학적으로 처방식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나 기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대로 고시 개정이 완료되면, 아픈 반려동물에게 급여하는 처방식 사료는 ‘기타 반려동물사료’로 표시해야 한다.
반려동물완전사료는 ‘주식’, 기타 반려동물사료는 ‘간식’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 처방식이 ‘기타 반려동물사료’로 분류되면, 소비자들에게 큰 혼란이 줄 여지가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아픈 개·고양이는 처방사료만 먹어야 하는데, 그걸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사료 유형에서 제외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처방사료가 특정 영양소를 줄이거나 늘리는 방향으로 제조되는데, 이걸 검증하지 못한다는 건 국내에 영양소를 분석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는 소리”라고도 지적했다.
특정 영양소의 양과 질병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이미 수의학적으로 교과서에 기준이 마련되어 있고, 유럽에는 법제화까지 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많다”는 게 이 위원의 설명이었다.
“국내 기업 수출에도 악영향 미칠 수 있어”
“소비자 알 권리, 동물복지 증진 차원에서 ‘처방식’ 카테고리 필요”
반려동물사료 유형에서 처방식이 제외되면, 국내 펫푸드 기업들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유럽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경우, 검증자료가 있거나 기준이 되는 포뮬러를 맞추면 처방식 사료에 ‘특정 질병 관리’ 문구를 사용할 수 있는데, 국내 기업이 제조한 처방사료는 ‘한국에 검증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기타 반려동물사료로 분류되고, 특정질병을 지칭하는 내용도 표시하지 못한다면,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고 수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의 일환으로 펫푸드 특화제도를 마련하는 것인데, 오히려 이 제도로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본다면 제도를 만드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처방식을 검증도 못 하는 나라인데 수출을 하는 것이냐?’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였다.
2022년 한국수의영양학회가 개최한 ‘국내 펫푸드 영양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제언’ 포럼에서 공유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질환관리사료(처방식)가 ‘사료 및 의약품 관련 법’으로 관리되고 표기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고 한다. FDA 또한 수의사의 관리·감독을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8년 PARNUTs(feed intended for particular nutritional purposes)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특별한 영양학적 목적을 위한 사료’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특위는 “건강한 반려동물을 위한 카테고리가 있으면, 아픈 반려동물을 위한 카테고리도 있어야 한다. 제도개선 논의 시작부터 필요성이 언급됐던 ‘특수목적영양사료(처방식)’를 다시 반려동물사료 유형의 하나로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의에서 의견을 공유한 특위는 다양한 방법으로 ‘특수목적영양사료(질환관리사료) 카테고리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양철호 위원장은 “지금 상황에서 관심을 갖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특수목적사료가 빠진 채로 고시 개정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의 알 권리와 동물복지 차원에서 특수목적사료 카테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