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의사 검역관은 NO..보조인력 검역사 신설에 무게

2023년 검본 수의직 채용률 13%, 결원문제 심각..’수의사 검역관 늘릴 처우개선책 필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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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검역관(이하 검역관) 인력 부족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된 연구용역에서 수의사 검역관을 보조하는 비(非)수의사 ‘검역사’ 신설에 무게를 뒀다.

8~9급 공무원에 상당하는 전문경력관 다군으로 검역사를 채용해 축산관계자 출입국 신고, CIQ 수하물 개장검사 등 상대적으로 낮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실무를 맡기자는 것이다.

검역관 자격 등 제도 개선 및 검역인력 운용방안 마련 연구용역 과제 최종보고회가 12월 6일(금) 김천 농림축산검역본부 본원에서 열렸다. 이날 보고회에는 일선 지역본부 검역관들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검역직, 학계, 수의사회 등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여행객이 많아지고 해외 직구 등으로 교역량도 늘면서 검역 물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49만7천건이던 동·축산물 검역물량은 2023년 103만3천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맡길 일은 늘었지만 검역관은 오히려 줄고 있다. 현재 검역본부 검역관 정원 236명 중 49.5명(21%)이 결원이다(시간선택제 공무원은 0.5명으로 반영). 인천공항 T2가 확장되면서 결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일선에서 검역을 담당해야 할 6·7급 수의직 공무원의 결원 규모는 2021년 40명에서 2023년 53명으로 늘어났지만, 충원도 여의치 않다. 같은 기간 수의7급 채용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2021년에도 7급 채용률은 35%에 머물렀는데, 2023년에는 13%에 그쳤다.

그나마 최근 3년간 채용된 수의직 46명 중 40대 이상이 27명(58.7%)으로 절반이 넘는다. 그만큼 젊은 수의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검역본부는 2022년 수의직 결원해소 방안 마련 TF를 운영했다. 검역관 결원이 높은 부서에 비수의사 인력(복수직)을 배치하고 공항만 순환 근무지원을 추진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결원으로 인한 근무 여건 악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순 없었다.

(자료 : 한국정책학회 연구용역 발표자료 중 발췌)

수의사 검역관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이날 연구발표에 따르면, 영미권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비수의사 인력을 검역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농무부 소속 검역기구인 APHIS가 검역정책이나 현장 자문의 중심을 잡고 동물검역을 담당하지만, 공항만의 축산물 검역은 국토안보부(DHS)가 담당한다. 수의사가 아닌 DHS 소속 농업전문가(Agriculture specialist)가 축산물 검역 실무를 맡는다.

미국수의사의 단 2.2%만 정부에서 일할 정도로 공직수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실무단계는 비수의사에게 맡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수의사(Official Veterinarian, OV)와 비수의사(Official Auxiliaries, OA) 인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OV의 업무를 OA가 보조하는 형태로 상업용 수입 동·축산물의 검역을 담당한다.

공항만 CIQ나 우편·특송 등 비상업용(개인용) 수입축산물 조사 업무는 수의사가 아닌 국경수비대 담당관(Border Force Officer)이 맡는다.

일본은 아예 구분이 없다. 가축방역관과 동물검역관을 구분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가축방역관’이 방역과 검역을 모두 담당하는 형태로 통합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수의사는 물론 축산 관련학과 졸업자도 가축방역관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가축방역관은 2018년 460명에서 2022년 526명으로 증가했다. 결원·외면 문제에 시달리는 한국과 다른 추세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수의사 가축방역관의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을 담당한 한국정책학회 연구진은 제도 대안을 크게 두 가지로 구성했다. 검역관을 현행처럼 수의사만 할 수 있도록 유지하되 보조인력인 ‘동물검역사’를 신설하는 1안과, 검역관의 자격요건을 비수의사로까지 확충하는 2안이다.

1안은 영국과, 2안은 일본과 비슷한 셈이다.

비수의사 검역관 허용보다 보조인력 검역사 신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자료 : 한국정책학회 연구용역 발표자료 중 발췌)

연구진은 현직 검역관 81명을 대상으로 제도 개선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62명(76.5%)이 비수의사 보조인력 ‘검역사’를 신설하는 1안을 선호했다. 서면·현장 인터뷰에서도 1안에 무게가 실렸다.

검역사에 맡길 업무에 대해서는 공항만 CIQ에서의 축산물 수입 검역(49), 우편물(55)·탁송물품 검역 업무(20)를 주로 꼽았다(1+2순위 응답).

연구진은 검역관이 담당하는 업무를 60여개 항목으로 세분화하여 각 세부업무에 요구되는 수의전문성과 중요도를 7점 척도로 설문했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며 행정처분과 직결되는 등 중요한 업무는 수의사 검역관에게 맡기고, 상대적으로 전문성·중요도가 낮은 실무는 비수의사 검역사가 담당하는 형태로 구분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동물검역과 관련된 임상검사, 수·출입 동물검역, 해외작업장 관리, 국가별 수입위생조건 확인 및 검역증명서 발행, 검역탐지견 질병 예방 조치 등이 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반면 공항만 발판소독조 관리, 축산관계자 출입국 신고 관련 업무, 엑스레이 관리 등은 3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검역증명서를 첨부하지 않은 동물에 대한 반송처리나 지정검역물 현물검사 등은 중간대의 점수를 받았다.

연구진은 “집행하는 성격의 업무로서 검역관의 지시·감독을 받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검역사의 담당업무로 제안한다”며 “동물검역사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한 이후 중간영역에 있는 업무로 확대해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역사의 입직 지위로는 공무원 8~9급 상당의 ‘전문경력관 다군’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수의사 검역관이 7급부터 임용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검역관과 검역사의 비율은 1:2~3이 적절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연구진이 제언한 검역사 담당 업무
(자료 : 한국정책학회 연구용역 발표자료 중 발췌)

연구진은 검역사를 도입하면 검역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장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면밀한 역할·책임 분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다.

반면 현장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 일선 검역관은 “이미 도입되어 있는 검역탐지견 전문경력관이나 축산관계자 출입국 안내 담당 공무직의 사례를 보면, 현장 검역관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력관리 등 업무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소규모 공항만의 검역을 담당하는 지역본부에는 애초에 검역관이 부족하다 보니, 검역사가 생겨도 이를 지도·감독할 검역관이 교대로 근무하려면 어차피 업무시간을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역관이 힘든 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결국 수의사 검역관이 부족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수의사 검역관이 늘어야 한다.

유대성 전남대 교수는 “전문성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검역관·검역사의) 업무를 나눈 것은 좋지만, 그만큼 전문성과 중요도가 높은 업무를 담당할 수의사의 처우가 계속 이러면 학생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제도개선에는 검역관의 처우개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검역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연구진도 수의직 검역관 자체의 채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제언했다. 현행 7급인 수의직 공무원 입직 직급을 5급 상당으로 상향 조정하고, 급여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중방역수의사의 방역활동장려금이 월90만원인데 반해 검역관의 특수업무수당이 월25만원에 그친다. 공중방역수의사 소집이 해제된 직후 검역관이 되면 오히려 급여가 줄어든다.

연구진은 인사혁신처로부터 수의직을 고도의 특수경력으로 인정받아 입직 직급이나 수당에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검역본부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제도개선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검역사 도입 규모나 수의직 검역관 정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질문에 황성철 동물검역과장은 “후속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며 “본격적으로 제도개선방안을 검토하면서 내부적으로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수의사 검역관은 NO..보조인력 검역사 신설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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