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 1종→2종 전염병으로 하향, 백신 자율접종 검토
25년 4월 일제 접종 후 전환 검토..일각선 상재화 우려 지적도
정부가 럼피스킨 방역 수준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중장기 방역대책을 마련하면서 럼피스킨의 법정가축전염병 분류를 현행 1종에서 2종으로 하향하고, 백신접종도 농가 자율로 돌리자는 것이다.
올해 럼피스킨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백신접종 미흡이 꼽히는 가운데 이 같은 방역완화 방안이 럼피스킨 상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발생농장 양성축 4마리 중 1마리는 백신 미접종
올해 국내 럼피스킨은 전국 24개 농장에서 발생했다.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보니 발생농장에서도 일부 개체에서만 양성반응을 보이는데, 1~23차 발생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소 1,515마리 중 325마리(21%)가 양성으로 판정됐다.
방역당국은 위험도 평가에 기반해 추가 백신접종을 단계적으로 적용했지만, 현장에서 백신접종 기피와 관리 부실이 발생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1~23차 발생농장의 양성축 325마리 중 84마리(26%)가 백신 미접종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양성축의 대부분이 가임연령의 암소(70%)이거나 10개월령 이하 송아지(25%)라는 점도 지목했다. 유산 등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접종을 기피했거나, 일제접종 시기에 접종유예 대상이었던 어린 송아지가 더 컸음에도 백신을 추가접종하지 않는 등 관리부실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는 백신접종을 기피하는데 구제역 백신과 달리 사후적으로 확인할 방법도 없다. 럼피스킨 백신접종으로 유도되는 항체양성률이 30% 전후로 낮기 때문이다.
럼피스킨 중장기 방역대책안, 자율방역 전환 초점
지난 12월 19일(목) 열린 민관학 합동 소 질병 방역대책위원회에서는 농식품부가 준비 중인 럼피스킨 중장기 방역대책안을 협의했다.
중장기 대책은 방역수준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1종 법정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을 2종으로 하향하고, 2026년부터 자율방역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포함하는 1종 전염병이 발생하면 발생농장에 대한 살처분·이동제한은 물론 방역대 설정,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 위기경보단계 ‘심각’에 따른 가축시장폐쇄 등 국가방역체계 전반이 가동된다. 그만큼 방역조치가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여파도 크다.
반면 2종으로 전환될 시에는 발생농장 양성축에 대한 살처분이나 이동제한은 실시하지만 인근 농장에 대한 방역대 설정이나 위기경보단계는 따로 없어 방역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양성축도 전파 위험을 차단할 수 있거나 무증상인 경우 살처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미 방역당국은 럼피스킨 발생농장의 양성축에도 방역조치 강화를 전제로 살처분을 유예하고 있다. 양성축을 격리해 방충망을 설치하고, 4주간 주 2회 임상·정밀검사를 실시해 항원 음성으로 전환되면 양성축 살처분 없이도 이동제한을 해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럼피스킨을 2종으로 하향하겠다는 것은 구제역보단 소 결핵이나 브루셀라증에 가깝게 여기겠다는 셈이다. 럼피스킨은 결핵이나 브루셀라증과 달리 인수공통감염병도 아니다.
방역당국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전국 일제 백신접종은 그대로 실시하되, 이후에는 발생 상황에 대한 위험도 평가를 통해 백신 추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일제접종을 이어가지 않게 되면 백신접종부터 농가의 자율에 맡기게 된다.
백신도 자율에 살처분보상금 낮아지면..상재화 우려 지적
민관학 방대위 운영에는 호평도
이 같은 럼피스킨에 대한 방역완화 방안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력한 국가주도 방역조치에서 오는 부작용을 줄이고 농가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은 좋지만, 너무 이른 전환은 자칫 럼피스킨의 상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접종도 자율에 맡기고, 신고 시 살처분 보상금도 현행 100%에서 80%로 감액되면, 농가가 백신접종이나 조기신고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 전국 일제접종으로 억제하고 있는 지금과 달리 확산속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한국소임상수의사회 관계자는 “일선에서 럼피스킨 위험이 줄어든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자연회복을 기대하는 농가가 신고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면서 “방역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완화된 조치로도 럼피스킨을 막을 수 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민관학 소 질병 방역대책위원회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갓 내놓은 럼피스킨 방역대책안도 추가 논의를 거치면서 보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출범한 민관학 소 질병 방역대책위원회는 전국한우협회장과 한국낙농육우협회장,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CVO)이 공동 위원장을 맡아 소 결핵, 브루셀라증, 소바이러스성설사병(BVD) 등에 대한 방역대책 개선 방향을 협의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현재의 민관학 위원회는 민간 의견을 잘 수렴한다. 얘기를 하면, 다음 회의 때 반영된 결과물을 들고 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