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요청 시 출장진료 허용하는 수의사법 발의
약사 출신 서영석 의원, 동물병원 내 진료 원칙 규정한다며 법안 발의
서영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사진)이 ‘동물병원 내 진료 원칙을 규정하겠다’며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보호자 요청 시 오히려 출장진료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담고 있어 법안 발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병원 내에서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일부 예외 허용
서영석 의원이 1월 3일 “현행법은 수의사가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동물병원 내에서 동물진료업을 하여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라며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동물병원 외의 장소에서 진료하는 경우 약물 반출, 공중위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법」과 유사하게 동물병원 내 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출장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게 서영석 의원실 입장이다.
해당 법안은 수의사가 동물병원 내에서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일부 예외 상황에 출장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출장진료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은 ▲동물의 구조를 위하여 응급처치를 하는 경우 ▲동물 소유자 등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요청하는 경우 ▲축산 농가에서 사육하는 가축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가축에 대하여 진료하는 경우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나 동물이 있는 현장에서 진료를 해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다.
대한수의사회 역시 “출장진료가 주를 이루는 농장동물과 달리, 반려동물 임상은 동물병원 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몇 년 전 반려동물 출장·왕진 서비스 플랫폼이 연이어 등장하고, ‘백신접종 등 가정방문 진료만을 목적으로 동물진료업을 할 경우 동물병원을 아예 개설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 달라’는 규제개혁 요구까지 있었다.
당시 대한수의사회는 “가축의 출장진료를 제외하면 일정 시설을 갖춘 동물병원 내 진료가 원칙”이라며 반려동물 왕진 서비스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방문 진료서비스 참여 등 윤리 의식이 결여된 수의사 일탈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법률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무관용 고발을 원칙으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원내 진료 원칙을 명시하는 수의사법 개정도 추진했었다.
2019년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제주도지사)이 대한수의사회가 발주한 연구용역과 중앙회 임원 워크숍, 이사회를 거쳐 추진을 의결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이 법안에 ‘응급처치, 정부의 요청, 가축진료 등 현장에서 진료해야 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의사가 소속된 동물병원 내에서 동물진료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임기만료 폐기됐지만, “원칙적으로 반려동물의 진료는 동물병원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대한수의사회 입장은 현재도 같다.
서영석 의원안, 오히려 반려동물 출장진료 유도 가능해 논란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수의사법 개정안도 대한수의사회의 이러한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영훈 의원이 발의했었던 수의사법과 내용도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출장진료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으로 ‘동물 소유자 등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어 논란이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의사가 합법적으로 출장진료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수의사회가 반대했던 반려동물 출장·왕진 서비스도 재차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이 경우에도 플랫폼을 통한 특정 동물병원의 방문진료 연결 행위는 수의사법이 금지하고 있는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