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동물의료체계 허점부터 먼저 해결해야”

대수, 정부 반려동물 규제 개선방안 비판..동물등록 방식은 내장형 일원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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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려동물 관련 규제개선방안에 대해 대한수의사회가 실망감을 드러냈다.

대수는 1월 24일 “대부분 이전에 발표한 내용의 재탕”이라며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진지한 고민은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22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불편 민생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38건의 개선과제 중 반려동물 관련 과제만 11건에 달했다.

여기에는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 비문·안면인식 등 생체정보 활용 반려동물 등록방식 개선,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펫보험 활성화 방안 기반 마련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제시한 반려동물 관련 민생규제 개선방안(위)
화성 번식장에서 발견된 불법 자가진료 정황(아래)

정부는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를 두고 국민의 알권리와 반려동물 의료 투명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대수는 “지난 몇 년 간 진료기록 공개에 앞서 자가진료·불법진료 문제 해결과 더불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약품마저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동물용의약품 유통체계 개선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함을 지적해왔다”고 꼬집었다.

반려동물 자가진료는 이미 불법이지만 현장에서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질적인 규제·단속이 벌어지지 않고, 동물에 쓰이는 의약품마저 수의사 진료 없이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재판에 넘겨진 화성 불법 번식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기도와 동물보호단체가 2023년 9월 화성 소재 번식장에서 개 1,400여마리를 구조했는데, 수원지검은 해당 번식장 일당을 동물보호법 및 수의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문구용 커터칼로 모견의 배를 가르고, 근육이완제를 투여해 자견을 낳지 못하는 노견을 죽이고, 백신투약·주사 진료 등을 불법 자가진료한 혐의다.

대수는 “누구나 약국에서 동물용 항생제 구입이 자유로운 상황으로 이는 사람에게까지 항생제 내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동물용 마취제, 호르몬제 등은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약품들은 반드시 동물병원 진료 후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도록 ‘수의사 처방대상’으로 지정됐지만, 약사예외조항(약사법 제85조 제7항)에 의해 동물약국은 수의사 처방 없이도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수는 “진료기록을 요구하는 보호자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수의사의 처방 없이도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 판매가 가능한 약사예외조항 삭제, 완전한 자가진료 철폐가 선행되지 않는 한 진료기록 공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수는 비문,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을 동물등록제에 접목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대수는 “생체인식 기술은 여러 한계로 인해 국제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을 동반하여 해외에 갈 때도 검역 과정에서 대부분 내장형 동물등록이 요구된다”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동물등록 방식을 일원화하는 것이 실효성도 높이고 유실·유기동물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외장형이든 생체인식이든 내장형이 아닌 방법으로 등록한 반려동물은 해외에 가려면 내장형으로 다시 등록해야 한다. 외장형은 동물 유기를 막을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마저 있다.

대수는 “정부가 이미 2015년에 단계적인 내장형 일원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10년이 돼가도록 진전이 없다”면서 “칩 이식 거부감 등으로 등록률이 저조하고 반려동물 불법 유기 등 문제를 야기한다는 엉뚱한 분석으로 실효성 없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수는 “정부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한다면, 동물의료체계 상의 허점을 먼저 해결하고 전문적 판단에 기반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동물의료체계 허점부터 먼저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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