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계란인데 왜 방목사육 아닌가요?”
동물복지국회포럼·동물자유연대, 산란계 동물복지 국회토론회 개최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는 정부가 정한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다.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양돈(2013년), 육계(2014), 젖소, 한육우, 염소(2015), 오리(2016) 농장에 인증을 하고 있다.
2025년 2월 현재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축산농장은 총 468개다. 그중 53.2%(249개)는 산란계다. 그만큼, 동물복지축산물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동물복지 달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계란을 구매할 때 동물복지달걀과 일반달걀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공동대표 박홍근·이헌승·한정애)이 12일(수)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산란계 동물복지 현황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육형태별 산란계 복지 및 생산성 평가 연구(윤진현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 ▲국내 달걀시장 현황과 소비자 인식(고도은 마크로밀 엠브레인 매니저) 2개의 발제와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과 포럼 회원인 김예지 의원도 참석했다.

“개방형 케이지 산란계, 복지 수준 상대적으로 높지만 계란 중량 면에서는 불리”
윤진현 전남대 교수(사진)는 단일농장에서 사육환경번호 2번인 다단식 평사(개방형 케이지-Aviary)와 사육환경번호 3번 케이지(개선된 케이지-0.075㎡/마리)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2019년 8월 시행된 계란 사육환경표시제(난각표시제)에 따라 기존 배터리 케이지(0.05㎡/마리)는 4번, 개선된 케이지는 3번, 평사는 2번, 방목은 1번의 사육환경번호가 부여된다. 난각에 표시된 10자리 번호 중 마지막 번호(1~4번)가 닭의 사육환경을 알려준다.
-달걀 껍데기 표시사항 : 산란일자(4자리)+농장고유번호(5자리)+사육환경번호(1자리)
-사육환경(번호, 마리당 면적) : 방사 사육(1번, 1.1㎡/마리), 축사 내 평사(2번, 0.1㎡/마리), 개선된 케이지(3번, 0.075㎡/마리), 기존 케이지(4번, 0.05㎡/마리)

윤진현 교수 연구팀은 2가지 형태의 사육시설을 모두 갖춘 농장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한 농장에서 비교연구를 함으로써 사료, 품종, 기후조건, 관리자 등 농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연구에 따르면, 에이비어리 케이지 닭들의 산란율이 개선 케이지보다 높았다. 단, 폐사율도 에이비어리 케이지가 더 높았다.
양쪽 케이지의 차이는 닭의 행동에서 두드러졌다.
닭들의 20가지 감정 표현을 분석한 결과, 에이비어리 케이지 닭들에게는 긍정적인 감정들이 더 많이 관찰됐으나, 개선 케이지사 닭들에게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타났다.

사람이 다가갔을 때 피하기 시작하는 거리를 평가하는 회피거리 평가(Avoidance distance test)에서는 에이비어리 케이지 닭들의 회피거리가 더 길었다. 윤 교수는 “사람이 다가갈 때 닭이 도망가는 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며 (더 먼저 도망가는) “에이비어리 케이지 닭들의 행동이 자연스럽고, 케이지사 개체들이 오히려 무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물건에 대한 탐지 평가에서도 에이비어리 케이지 닭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난황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costerone) 농도를 분석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지사 개체들의 난황 코티솔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반면, 계란의 중량, 난황 무게, 흰자 무게, 껍질 무게 등을 분석한 결과, 케이지사 닭들이 낳은 계란이 상대적으로 더 무거웠다. 계란의 생산성만 고려했을 때는 평사(에이비어리 케이지)보다 개선 케이지사가 더 유리한 셈이다. 윤진현 교수는 “케이지사에 있는 닭은 움직임이 적고 더 많은 에너지를 계란 생산에 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결국, 에이비어리 케이지는 개선 케이지보다 산란계의 복지 수준을 높일 수지만, 계란의 중량 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점점 늘어나는 동물복지 달걀 소비…국민 4명 중 1명 연간 1회 이상 동물복지 달걀 구입”
일반 달걀 매출은 감소하고, 동물복지 달걀 매출은 증가
비싼 가격과 적은 판매처는 걸림돌
동물복지 계란에 대한 소비는 증가하고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의뢰로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동물복지달걀 구매 경험률과 1회 구매량·평균구매가격이 모두 증가 중이었다. 2024년 일반달걀 구매액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지만, 동물복지달걀의 구매액은 36.6%나 증가했다.
동물복지달걀을 구매해 본 사람은 약 63%였으며, 이들은 달걀을 10번 살 때 약 4번 정도 동물복지달걀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복지달걀을 구입하는 이유(중복응답)는 ▲인증마크가 있어 안심되어서(39.2%) ▲일반 달걀보다 영양성분이 풍부할 것 같아서(35.1%) ▲품질이 더 좋아서(33.3%) 등이었다.
비구입 이유 1위는 ‘일반 달걀보다 가격이 비싸서(49.6%)’였고 2위는 ‘동물복지달걀 판매처가 주위에 없어서(24.7%)’였다. 동물복지달걀의 판매처가 늘어나면 구매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비싼 가격은 큰 걸림돌이다.
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동물복지달걀의 평균구매가격은 구당 367원으로 일반달걀(232원)보다 약 58% 비쌌다. 동물복지달걀의 가격만족도는 2.84점(5점 만점)에 그쳤고, 가격에 대한 긍정의견은 19.4%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은 ‘동물복지달걀이 일반달걀보다 약 20% 정도 비싼 수준’에서 구매할 의사를 나타내, 실제 가격 차이(약 58%)와 큰 괴리를 보였다.


동물복지달걀 난각번호 정확하게 인지하는 국민은 단 18%
응답자 66% 일반달걀을 동물복지달걀로 오해
‘1등급’, ‘건강한 닭’ 등의 문구에 동물복지달걀로 오인
동물복지축산물 인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동물복지인증과 사육환경표시제 등 다른 인증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였다.
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동물복지달걀의 난각번호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경우는 단 18%에 불과했다. 방목사육(사육환경번호 1번)이 아닌 평사사육(사육환경번호 2번)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으나,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은 모두 방목사육 닭이 낳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달걀 패키지에 표기된 건강한 닭, 1등급 등의 문구로 해당 달걀을 동물복지달걀로 오인하고 있었으며, 인증마크, 무항생제, 1등급 등 좋은 품질을 강조하는 마크나 문구로 인해 일반달걀을 동물복지달걀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반달걀을 동물복지달걀로 오인하는 이유(중복응답) 1위는 ‘다양한 인증마크가 붙어있어서(56.6%)’였고, 2위는 ‘무항생제라고 쓰여 있어서(51.0%)’, 3위는 ‘1등급이라고 쓰여 있어서(41.5%)’였다.
‘패키지에 자연에서 키워지는 닭 이미지가 있어서(38.8%)’, ‘제품명에 건강한 닭이라고 쓰여 있어서(31.3%)’ 오인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함영훈 풀무원 CM는 “왜 1등급 계란인데 왜 사육환경번호가 1번이 아니냐”라고 묻는 소비자도 있다고 전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모두 “소비자의 오인지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에 대한 올바른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이 동물복지인증 제도를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연숙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장은 “소비자 대상 홍보와 교육을 잘해 나가야 할 것 같다”며 “오늘 제기해 주신 의견 등을 참고해서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에이비어리 케이지는 진정한 동물복지라고 볼 수 없는데, 전체 동물복지달걀 생산량의 40%가량이 에이비어리 케이지에서 나온다”는 생산자들의 주장도 있었다. 여러 생산자단체는 유럽형 에이비어리 케이지가 개방형 케이지로 평가되어 사육환경 2번을 표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