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물의료전달체계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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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미래정책부회장

우연철

올해도 어김없이 동물진료비와 연관된 규제가 신설되어 시행 중이다. 2024년 처음으로 전체 동물병원(농장동물병원 예외)에 적용된 진료비 게시 의무가 2025년부터는 기존의 11개 항목에서 20개 항목으로 증가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에는 이미 60개 진료항목의 표준 절차를 권고하고 있다. 이는 100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수술 등 중대진료에 대한 진료비 사전고지제가 의무 시행되고 있고, 진료부 공개 등에 대한 요구도 매우 거세지고 있다.

반면 수의사에게 이러한 의무를 부과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동물의료의 공공성 확보, 비타협적인 진료권한 부여 및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사회와 정부의 노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끝도 없는 논란 속에 있는 동물 진료비 문제는 결국 수의사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로만 귀결되고 있는 형편이다. 동물의료와 사람의료의 규모나 체계는 비교도 할 수 없는데도, 규제는 사람의료와 동일한 수준을 넘어 폭압적인 형태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폭압적인 동물병원·수의사에 대한 규제는 그 자체의 비민주성과 비합리성을 들어 지속적으로 반대하여 투쟁해야 한다. 하지만 일정 정도 해결할 틀을 만드는 문제도 고려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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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문제를 두고서는 여러 논점과 저마다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공급자(동물병원)와 수요자(고객) 사이의 이해와 요구가 대략적인 지점에서 평형을 이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동물의료에서는 그 평형점을 찾을 수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공통으로 인식하는 평형점이 없다. 제도적으로 제시되지도 않는다.

사람의료에서는 ‘의료전달체계’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동물의료에서도 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진료비 논란으로부터 시작된 비정상적 규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동물의료전달체계의 필요성에는 내부적인 요인도 있다. 많은 수의사들이 느끼고 있듯 동물병원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대한수의사회에 의뢰한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완화 방안 연구(연구책임자 박혁)’에 따르면, 전체 동물병원 매출에서 종사자 5인 미만 동물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4.6%에서 2020년 45%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20인 이상 대형 동물병원의 매출 비중은 5.8%에서 23.3%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5인 미만 동물병원의 영업이익률은 33.6%에서 19%로 하락한 반면, 20인 이상 대형동물병원은 5.8%에서 9.3%로 상승했다.

이 같은 양극화도 문제지만 애초에 영업이익률 자체가 낮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병원의 영업이익률은 30%이상이다. 동물병원의 영업이익률은 규모에 상관없이 더 낮다. 대부분 추세적으로 하향하고 있다.

심지어 종사자 11인 이상 동물병원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0이하로 적자를 보는 동물병원의 비중은 2021년 22.1%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동물병원업의 전망은 불투명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내외적인 요인들이 동물의료전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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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란 ‘적시에 적절한 기관에서 적합한 의료인에게 적정서비스’를 받는 체계다.

적시와 적정은 소비자의 측면에서 질병의 경중과 서비스 요구량을 말한다. 적절과 적합은 공급자 측면에서 병원의 인력과 시설의 모든 면을 반영한다.

바꿔 말하면 경증의 진료나 작은 양의 동물의료서비스 요구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동물병원이나 일반적인 수의사가 맡고, 중증의 진료나 많은 양의 동물의료서비스 요구에는 대형 동물병원이나 전문적인 수의사가 대응하도록 하여 적시와 적정, 적절과 적합 사이에서 오는 상대적인 불합리성을 제거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동물병원은 경쟁을 위한 비용 지출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동물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도 비용을 효율적으로 지출할 수 있다.  

의료처럼 헌법과 각종 법률을 통해 국가의 책무로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국민건강보험처럼 의료전달체계를 강력하게 지지해줄 체계가 필요하고 존재한다. 아직 이러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동물의료는 참여자들의 선의에 기반하거나 약한 수준의 규제나 지원으로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많은 사람의료 의료전달체계를 목표로 설정하면 논리적인 모순과 비약, 현실화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수의사에게는 의사처럼 강력한 비타협적 의료독점권이 없다. 체계를 만드는 원동력인 기본 철학과 사회적 목표도 없다. 보험과 재정 등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단도 없다. 때문에 이러한 논쟁을 이상적, 소모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동물의료전달체계의 필요성이라는 총론에는 동의하는 수의사들이 많다.

지난해 실시한 ‘반려동물 표준 의료체계 권장안 도입 연구(연구책임자 서강문)’에서 동물병원 임상수의사 1,0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차·2차·전문병원 등 동물병원 분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59명(73.5%)으로 다수였다.

의료소비자인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의료제공자인 수의사도 무엇인가 규율된 체계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료비에 대한 불만, 진료의 질에 대한 불만, 진료 정보 제공에 대한 불만, 의료와 연관된 사건·사고 등에 대한 소비자 측의 불만도 체계를 원하는 증거이다.

끊임없는 경쟁과 투자, 미래와 생활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지는 임상환경 및 연일 강도와 절대량이 높아지는 규제 등은 공급자를 위협하는 요소이자 체계를 요구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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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수의사회는 동물의료전달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올해 발표될 동물의료발전종합대책(동물의료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이러한 체계를 만드는 실행방안이 나오게 될 것이다.

전달체계 중 의료제공체계는 1차와 2차로 나누어 기본적인 진료와 중증진료로 나누고 의료이용체계는 1차를 거쳐 2차로 가는 체계가 가장 기본적인 체계이다. 이에 수반되는 내용과 과정이 합리적으로 조정되는 실행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극적인 참여와 양보를 동물의료 구성원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기고] 동물의료전달체계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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