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질병 3,511종, 진료행위 4,930종 표준 코드 정한다

기반 연구용역 3년만에 고시 반영 추진..실제 현장 적용에는 공감·유도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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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동물 질병과 진료행위에 대한 표준 분류(코드)체계를 고시한다. 표준 코드는 동물 질병 및 진료행위에 대한 통계를 확립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 고시 개정안을 지난 17일(월) 행정예고했다. 코드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지 3년여만이다.

개정안은 동물종 10종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질병명 코드는 3,511종, 진료행위명 코드는 4,903종으로 분류했다.

동물의 질병명 코드 구조. 동물종 코드(영역1)와 질병명 코드(영역2)를 기본으로 한다.

동물의 질병명 코드는 동물종 코드와 질병명 코드로 구성된다.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코드다.

동물종 코드는 가금(A), 소(B), 고양이(C), 개(D), 염소(G), 말(H), 돼지(P), 토끼(R), 양(S)과 기타(X)까지 총 10종으로 구성된다.

질병명 코드는 대분류(22종)-중분류(234종)-소분류(1,600종)의 뼈대가 기본이 된다. 사람 의료분야에서 적용하고 있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8)을 기준으로 하되, 수의 분야의 해외 코드를 추가로 참고했다.

여기에 질병의 원인(DAMNIT-V) 등을 기준으로 추가 분류가 필요한 경우 소수점 이하의 세분류·세세분류를 추가하게 된다.

가령 개의 바이러스성 결막염은 DH10.56가 된다. 개의 동물종 코드(D)와 결막염(H10) 코드를 기반으로 질병의 원인 중 염증성 세분류(5)와 바이러스 세세분류(6)를 조합한 결과다.

동물의 질병명 코드 목록 일부 발췌
진료행위명 코드 구조

동물 진료행위명 코드는 동물종 코드와 진료행위명 코드로 구성된다. 동물종 코드는 질병명 코드와 동일하게 10종이다.

진료행위명 코드는 진료항목에 따른 2자리 대분류(알파벳+알파벳 혹은 알파벳+숫자)와 3자리 분류번호를 조합해 기본 코드를 만든다. 더욱 상세하게 진료행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기본코드에 소수점 이하의 세분류와 세세분류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세분류는 해당 진료행위를 유발한 원인에 따른 분류가 필요할 때 추가한다. 세분류는 질병명 코드와 동일하다. 같은 원인이라도 진료행위를 추가로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세세분류까지 적용한다.

사람 의료분야에서 건강보험의 행위별 코드를 기반으로 캐나다수의사회, 영국왕립수의과대학이 개발한 VeNome Code 자료 등을 참고하여 개발됐다.

가령 암컷의 난소자궁적출술(Ovariohysterectomy)의 진료행위명 코드는 번식 제한 목적의 선택적 중성화냐, 자궁축농증 등 질환에 의한 중성화 수술이냐에 따라 다르다. 전자는 R0144, 후자는 R0145다. 전자도 복강경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R0144.1로 구분한다.

약품으로 구분된 코드도 있다. 같은 정맥마취(L0101)라도 프로포폴을 단독 사용하면 L0101.11, 케타민+자일라진 합제를 사용하면 L0101.24로 구분한다.

진료행위명 코드 목록 중 일부 발췌

정부는 동물의료 체계 정비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통계 정비를 꼽고 있다. 동물의료와 관련된 정보 생산·수집체계가 미비하다 보니 효율적인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완화도 그 중 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023년 정부가 반려동물의 다빈도 질병 100여종에 대한 진료비에 부가세를 폐지했는데, 정작 다빈도 질병이 무엇인지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 설문조사를 벌여 일선 수의사의 기억이나 느낌에 의존하는데 그쳤다. 참고할만한 통계는 그 때도 지금도 없다.

최근 발표한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은 동물의료 관련 통계작성을 위한 의료정보 인프라 구축을 추진 과제로 포함시켰다.

올해 동물의료 표준코드를 확립하고 2026년 전자차트에 탑재한 후, 2027년부터 병원의 진료기록을 동물의료 정책이나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지원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통계 생산과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동물병원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다양한 전자차트 프로그램에 공통적으로 반영되고, 일선 임상수의사들이 진료과정에서 작성하는 기록이 코드와 연결되어야 한다.

사람 의료의 급여진료에서는 건강보험을 운용하고 병원이 돈을 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동된다. 하지만 동물병원은 다르다. 표준코드에 따라 질병명(진단명)을 입력하지 않아도, 실시한 검사나 처치에 대한 기록을 표준코드에 연결하지 않아도 동물을 진료하고 비용을 청구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반드시 표준 코드를 사용하라’는 식의 규제적 접근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는 앞서 동물병원에 적용된 진료기록 관련 규제의 성패를 보면 자명하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은 마약류 의약품의 입고, 처방, 폐기까지 사용기록 전반을 수량까지 맞춰서 보고해야 하는 강력한 규제지만 마약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수의사들의 공감과 전자차트와의 연동 등 행정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로 인해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수의사처방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e-VET 의무 보고는 일선 반려동물 임상수의사의 공감도 얻지 못했고, 제도 시행 당시 연동기능도 준비되지 않아 큰 반발에 직면했다.

전자의 경우 전자차트와 NIMS의 연동이나 초기 이용자 문의 대응 등이 차트업체에 집중됐다는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별다른 지원없이 정부의 규제부담이 전가된 셈이기 때문이다. 표준 코드의 적용에는 지원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으로 준비된 표준 코드를 먼저 공개한 것”이라며 “(표준 코드 적용에 대한)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차트 업계나 보험 등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해나갈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발표될 예정인 동물의료개선 종합대책에도 관련 내용을 다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 질병 3,511종, 진료행위 4,930종 표준 코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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