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검역관 부족에 결국 ‘동물검역사 신설’ 법안 나와
정희용 의원 대표발의...동물검역관 업무 전반에 대한 보조 가능토록 법적 근거 마련
동물검역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동물검역사’ 자격을 신설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나왔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31일(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동물검역관 21% 결원, 검역본부 수의직 신규 채용은 절반도 안 돼
연구용역 결과는 보조인력 신설에 무게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동물검역관 제도개선 및 검역인력 운용 방안을 두고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검역본부 동물검역관 정원의 결원 규모가 21%에 달한 반면 수의직 신규 채용을 통한 충원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역본부는 두 차례에 걸쳐 수의직 공무원을 채용했는데, 도합 78명의 채용을 공고했지만 최종합격한 인원은 29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구용역 결과는 보조인력 신설에 무게를 뒀다. 수의사인 동물검역관의 업무를 뒷받침할 비(非)수의사 ‘동물검역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용역을 담당한 한국정책학회 연구진은 미국이나 영국이 이미 수의사가 아닌 보조인력을 동물 검역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현직 국내 동물검역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검역관 자격 자체를 비수의사에게까지 개방하는 것보다는 수의사 검역관과 구분된 보조인력을 신설하는 안에 대한 찬성표가 76.5%로 훨씬 많았다.
연구진은 동물검역관의 업무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수의학적 전문성이 얼마나 요구되는지도 설문했다. 공항만 발판소독조 관리, 축산관계자 출입국 신고 관련 업무, 엑스레이 관리 등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동물검역사에게 맡길 업무에 해당하는 셈이다.
반면 동물검역과 관련한 임상검사, 검역증명서 발행, 해외작업장 관리 등은 높은 점수를 받아 수의사가 반드시 담당해야 할 업무로 꼽혔다.
검역사의 입직 지위로는 수의직(7급)보다 낮은 8~9급 상당의 전문경력관 다군이 제안됐다.

이처럼 동물검역사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검역업무의 주체로 동물검역관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희용 의원안은 검역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동물검역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한편 동물검역에 관한 여러 업무를 농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가축의 소유자등 검역 대상에게 검역 절차를 고지하고, 지정검역물을 실은 장소에 출입하여 필요한 조치를 실시하고, 수입금지 조치된 물건에 대한 반송·소각·매몰 등의 조치하는 등의 법적 업무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인 업무 범위나 동물검역사의 자격은 개정 후 농식품부령으로 위임했다.
정희용 의원은 “최근 해외 가축전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확대되고 국제 교역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동물검역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동물검역관은 낮은 급여와 고강도 업무로 인해 충원에 어려움이 있다”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사례와 같이 수의사로서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와 단순 검역관리 업무를 구분해 인력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동물검역사 제도가 신설되면 가축방역사, 동물보건사에 이어 수의사를 보조하는 직역에 대한 법적 근거가 더욱 확대되는 셈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진단·검사나 판정, 지도감독 등 검역관이 담당해야 할 수의사의 고유 업무를 (검역사가)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