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진료 분쟁 조정 `수의료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시기상조
의료 과실 여부 판단할 기준 없어..진료행위∙수가∙기록 표준화 연구 선행돼야
새누리당 문정림 국회의원은 수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으로 최근 발의된 수의사법 개정안에 대한 대처방안을 조언했다.
지난달 이명수 국회의원은 “동물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증가추세지만 민사절차에 따라 해결할 경우 소송비용 과다로 피해자가 보호받기 어렵다”면서 “동물 진료 관한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수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농식품부장관 소속으로 신설한다”는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정림 의원은 23일 대한수의사회 임원 워크샵 특강에서 수의료분쟁조정위원회 설치에서 우려되는 점을 소개했다. 의사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인의의 사례와 대비해 설명했다.
문 의원은 “조정위원회를 설치하게 되면 의료소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효과도 있지만, 실제로 의료사고가 아닌 케이스에 대한 문제제기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문제제기의 60%가 의료기관의 거부로 조정과정을 시작하지조차 못했다”면서 “의료기관이 조정위원회를 믿지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불합리한 문제제기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 번 조정이 시작되면 의료기관이 진료기록 증빙이나 사유서 제출 등으로 짊어지는 행정적 비용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사람의 건강보험과 달리 진료과목이나 기록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동물진료는 이 같은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떤 것이 공정한 진료인가’라는 점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의료분쟁을 조정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은 “분쟁조정을 위해서는 진료의 표준화 등에 대한 연구용역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분쟁조정위 설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농식품부를 통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문정림 의원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도 중요하다”면서 “동물병원 수의사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동물의 보호자 입장도 고려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