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진 AI에 덩달아 잠잠해진 정부 방역조직 확대개편
안행부 반대로 '국' 단위 방역조직 신설 어려워져..방역조직 독립문제 해결해야
이 번에도 말만 나오다가 흐지부지 되는 걸까.
H5N8형 고병원성 AI 사태를 겪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부적으로 방역조직 개편을 검토했지만, 결국 확대 개편은 어려워진 분위기다.
당초 농식품부는 AI 재발방지대책의 일환으로 (가칭)방역정책국 혹은 방역심의관 등 ‘국’ 단위 방역조직 신설을 골자로 한 방역조직 확대 개편 가능성을 타진했다. 농식품부 내에 4개과 규모의 방역정책국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5개과 규모의 ‘AI 센터’를 신설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국’ 단위 방역조직 신설은 힘들어진 상황이다. 정부 조직구성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것.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장급 이상의 정부 공무원 인원수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안행부의 입장이었다”며 “안행부와 사전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국’ 단위 방역조직 신설안을 농림축산식품부 안으로 채택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농식품부 내에서는 ‘계’ 단위 조직 신설 혹은 1개과 신설 정도로, 검역본부 AI센터도 설치하되 산하 과의 개수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H5N8형 AI 사태가 종식되지 않아 농식품부의 종합재발방지대책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이전에 제기됐던 문제점은 그대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당초 국단위 방역조직 신설안은 ‘확대’보다는 ‘분리’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현재 농식품부가 축산정책국에게 축산업 육성과 방역정책을 동시에 맡기고 있어 양쪽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같이 있다 보니 평시에는 산업육성에, 악성 전염병 발생시에는 방역에 치우친다는 것이다.
국가 방역정책은 방역만 담당하는 독립적인 정책단위(국)에서 체계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평시 예찰·점검, 역학 연구 등 전염병 예방을 위한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된 국장급 정책단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0일 홍문표 국회의원이 개최한 ‘AI 방역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선진국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34개 OECD 회원국 중 31개 국가가 ‘국’ 또는 ‘청’ 단위로 방역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구제역, 고병원성 AI 사태가 보여주듯 방역이 실패하면 축산도 정지된다”면서 “국가 수의방역을 재정비하려면 중앙 정부의 방역조직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