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방역개선방안’ 발표..살처분 범위 조정·방역관리지구 설정
14일 국가정책조정회의서 발표..수의방역조직 개편은 미흡
H5N8형 AI가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AI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14일 오전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는 AI 방역관리지구 지정과 살처분∙이동제한 규정 변경을 주 골자로 한 ‘AI 방역체계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먼저 올해 H5N8형 고병원성 AI 사태에서 논란을 빚었던 살처분 범위가 조정된다. 당초 발생농장 반경 500m내 가금농가를 무조건 살처분했던 것을 위험성 평가관리에 따라 500m 내에서도 예외를 인정할 수 있게 했다. 신고시기와 지형, 방역실태 등 역학적 특성을 분석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고 중앙정부가 직권 살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방역대 내의 가금∙알을 무조건 이동제한하여 피해가 컸던 점을 보완, 임상∙정밀검사 후 제한적으로 출하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그간 논의되던 AI 방역관리지구도 지정된다. 철새도래지, 과거 AI 발생지역, 가금사육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132개 읍∙면∙동 1,700여 농가가 지정될 전망이다. 이는 전체 가금농가의 35%, 전체 가금 사육두수의 20%에 해당하는 범위다.
소독시설 설치 의무화 등 보다 강화된 허가기준이 적용돼 신규 농가 진입을 가급적 제한하고, 전담 공무원 월 1회 이상 예찰 등 관리가 강화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선정 과정에서 지역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화 사업자에게도 방역책임이 부과된다. 계열화 사업자가 계약 농가에 방역책임을 전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농가대상 방역교육 및 소독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AI 발생 시 해당 사업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병원성 AI 확산 위험이 특히 큰 오리농가에 대한 조치도 강화된다. 전체 출하-세척∙소독-재입식으로 이어지는 ‘올인 올아웃’ 사육방식을 도입하고, AI 발생 시 출하∙이동 전 정밀검사를 의무화한다.
살처분 보상금 지급 방식은 현실화하되 방역의식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친환경∙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에는 실제 가격을 지원하고, AI 양성농가 폐기사료도 시가의 80% 수준으로 현실화된다.
AI 발생농가의 경우 살처분보상금이 20% 감액되지만, 조기 신고 농가의 경우 10%로 감액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연속적으로 발생한 농가에 대해서는 추가 감액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이 밖에도 KAHIS(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소규모 농가를 추가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지도점검 전담 특별사법경찰을 배치하는 등 여러 보완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수의축산업계에서 AI 방역개선대책의 핵심으로 지적한 정부 내 방역조직 개편은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여러 방역정책을 힘있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방역정책국 혹은 수의심의관 등 ‘국’ 단위 방역담당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연말까지 위 방안을 반영한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정홍원 총리는 “여름철에도 발생하는 등 AI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관계부처가 AI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보완하고 상시예찰 방역시스템이 정착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