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공항 소독 수의사 범위 조정해야’ 검역당국은 현행 유지
‘수의업무 비종사자는 제외해야’ 유권해석..당국, 법령 개정 전에는 범위조정 어렵다
수의업무를 하지 않는 수의사는 공항·항만 출입국 소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검역당국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대로 모든 수의사에 대한 소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법제처는 지난달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회신한 유권해석문에서 “현행 「수의사법」은 수의사를 ‘수의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농식품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수의사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의사 면허를 받았다 하더라도 현재 수의업무에 종사하고 있지 않다면, 「가축전염병예방법」 상 소독 조치의 대상이 되는 수의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의사법」은 동물의 진료 및 보건과 축산물 위생 검사를 수의업무로 정의하고 있다. 즉, 수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기초연구분야 교수가 됐다거나, 의사나 변호사 등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면 공항∙항만 소독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제처는 “해외 가축전염병 유입을 예방하자는 당초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가축 진료 업무에 종사하지 않거나 가축 사육시설에 출입하지 않는 사람을 단지 수의사 면허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국 시마다 검사·소독 조치에 따라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입법 당시 예정한 규제대상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소독 조치에서 제외할 수 있는 판단기준과 확인방법, 절차를 추가하는 법령정비를 권고했다.
당국, 법령 개정 전까지는 모든 수의사 소독 유지..예외조항 추가 법령 개정은 추진 중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해당 행정기관의 정책변경을 강제하는 능력은 없지만, 유권해석과 달리 정책을 집행할 경우 부적절한 행정으로서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역당국은 현재처럼 수의사 면허 소지자 전원에 대한 출입국 소독조치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조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법령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해당 유권해석은 소독조치를 해서는 안될 일로 규정했다기보다는 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이 소독대상을 ‘수의사 면허를 받은 자’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유권해석만을 가지고 바로 소독 대상을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소독조치에서 제외될 수 있는 예외규정을 첨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지난해 11월 입법예고됐던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축산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거나 축산농가에 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확인될 경우 소독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확정 과정에서 이 내용은 제외됐다.
축산관계시설 출입하는 수의사만 소독해야..축산차량등록제 연계해야 지적
이와 관련해 ‘축산차량등록제’와 연관시켜 소독 대상 수의사의 범위를 적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차량 없이 농장 등 축산관계시설을 다니며 활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에 해당하는 수의사라면 이미 모두 축산차량의 소유자 혹은 운전자로서 등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축산차량등록제에 속하지 않는 수의사는 결국 산업동물과 접촉할 일이 없는 사람이므로, 이에 대한 신고∙소독 조치는 필요치 않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정비는 ICT 기반 방역시스템 구축과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자 하는 농식품부의 목표에도 부합한다. 최근 대한수의사회도 축산차량등록제에 기반한 수의사 소독대상 정비 의견을 농식품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AI 방역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반영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 ‘과도한 규제’로 지적되고 있는 공항∙항만 소독대상 정비도 포함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