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헬스 시대에 야생동물 질병관리 필수’ 수의학적 기반 마련 필요
국내 신종질병 위험 상존, 야생동물 관리를 통한 예방 강조..국회 정책세미나 개최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이하 연구원) 설립과 국가 야생동물 질병 관리 제도를 논의하는 국회세미나가 1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세미나에 참여한 국내외 야생동물 질병관리 관계자들은 ‘원헬스’ 개념에 입각한 야생동물 질병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너선 슬리먼 미국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NWHC) 원장은 “사람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신종질병의 75%가 야생동물에서 기인한다”며 “많은 신종질병이 동물에서 먼저 증상을 보인 후 사람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야생동물 질병관리가 사람의 보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의 질병을 예찰∙관리함으로써 야생동물 및 가축, 사람의 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신종 질병은 저 멀리 열대지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에 비해서도 인구밀도와 가축사육밀도가 높고 야생생물 보신문화를 가진 우리나라도 신종질병 발생의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진료팀장은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신종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데, 우리나라의 생태계도 점점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야생동물 질병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설립 방향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이항 교수는 광견병 방역정책이나 야생조류 AI 예찰 등 기존 야생동물 질병업무는 그대로 유지하되 연구원을 환경부 산하에 두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환경부 산하 기관에서 야생동물 질병을 관리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입장.
농식품부 방역총괄과 장재홍 사무관은 “환경부 산하에 야생동물 질병을 관리할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저희(농식품부)도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파충류, 양서류 등 야생동물의 검역도 협의하여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전국적으로 설치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와의 협력 관계도 강조됐다. 연성찬 경상대 수의대 교수는 “질병예찰 등 전국적인 야생동물 질병관리 활동은 1차적으로 센터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서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영준 팀장은 “연구원은 야생동물 질병이 발생하는 환경적, 생태적 요인과 역학 요소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수의학적 기반 마련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상무는 “질병관리는 국가 수의학의 전체적인 수준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여러 정부 부처가 수의학적 역량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수의학 교육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는 전문가가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구원이 수의사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형태로 설립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원 설립 기본계획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항 교수 등은 오는 9월 말까지 연구보고서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2015년 연구원 실시설계와 토지매입 등을 추진하고 약 3년 안에 건립 추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