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료가 구제역 확산 부른다..농가 질병 모니터링 방안 필요해
농가 신고 누락 가능성 고려한 상시예찰 강화해야..가축질병 공제제도 등 대안 검토
재발한 지 만 3개월을 넘어선 구제역이 여전히 산발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방역정책의 전제부터 관리시스템까지 전반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의정책포럼은 6일 정부 방역정책 담당자인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을 초청해 방역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이천일 국장은 “질병 청정화를 목표로 발생 시 긴급방역조치를 집중하는 현행 방역체계는 농가의 성실한 자가예찰과 빠른 신고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 같은 기본이 흔들리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세종시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증상을 관찰하고서도 신고 없이 몰래 돼지를 출하해 강원도로 확산되는 등 신고누락 사례가 여럿 확인됐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농가의 자발적인 신고가 아니면 질병 발생여부를 파악할 창구가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농가가 성실히 신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방역정책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발생 시 청정화보다는 발생 전 예방에 초점을 두고 농가의 질병상황을 외부에서 감시해 초기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방역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구제역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으로 도축장 출하돼지에 대해 NSP항체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출하돼지의 NSP항체 검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구제역 백신을 접종한 돼지에서는 NSP항체 검사의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평상시 수의사에 의한 농가 질병상황 예찰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여기에도 걸림돌이 있다. 농가에 만연한 자가진료 문제다.
포럼에 참여한 한 수의사는 “농가에 자가진료가 만연해 수의사들이 농장을 방문할 기회 자체가 적다”며 자가진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질병상황 파악과 가축전염병 발생 초기 신고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축질병 공제제도 도입, 공수의 제도 활용 강화 등이 제시됐다. 특히 공제제도는 가입 농가에게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가진료 문제를 줄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두 강원대 수의대 교수는 “건강보험처럼 수의사 진료 지원을 보장하는 일본식 공제제도를 도입한다면 농가가 자가진료를 줄이고 수의사에 의한 진료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로써 농가는 질병 조기대응을 통해 이득을 보고, 수의사의 예찰정보를 방역시스템이 활용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