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료 제한 선결 전제로 수의테크니션 제도화 추진
수의사복지위원회 연석회의 개최..참석 임상수의사들 ’자가진료 제한 선결 따른 제도화’ 중론
대한수의사회가 수의테크니션 제도화에 대한 회원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산하 수의사복지위원회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위원들 대부분이 반려동물에서의 자가진료 제한 선결을 전제로 한 수의테크니션 도입 추진에 나서는데 찬성했다.
이날 회의는 대수 정관에 따라 동물진료업무관리 및 제도개발 등의 검토를 담당하는 수의사복지위원회가 주관했지만, 보다 넓은 의견수렴을 위해 관계 기관의 대표자들도 함께 참여하는 연석회의 형태로 진행됐다.
수의사복지위원회에서는 위원장 최동학 동인동물병원장을 비롯해 권태억 한성동물병원장, 나상기 판교종합동물병원장, 경기도청 동물방역위생과 남영희 주무관, 서정주 이플동물병원장이 참석했다. 위원 중 고희곤, 권영항, 성기창, 이상민, 이해동 원장과 정순욱 교수는 불참했다.
연석위원으로는 대수 반려동물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손은필 서울시수의사회장과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 윤재영 인천시수의사회장, 대수 교육위원장인 서강문 서울대 교수, 김건용 부산시수의사회 법제윤리위원장이 자리했다.
대한수의사회 중앙회는 회의 시작에 앞서 수의테크니션 제도화를 둘러싼 경과를 설명하면서 “제도화 추진에 대한 회원의 중론을 판단하고자 이번 회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회원 의견에 따라 현안 추진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대다수 위원들은 ‘자가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하는 수의테크니션 도입 추진’에 찬성했다. 현재 시점에서의 제도화에 반대한 위원은 일부에 그쳤다.
찬성의견의 상당수는 수의테크니션 도입 필요성 자체보다 자가진료 제한에 방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제도화에 연계하여 자가진료 제한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전문보조인력 제도화를 통한 수의사의 사회적 위상 제고, 소형 동물병원을 포함한 임상수의사의 업무 및 삶의 질 개선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제도화에 반대한 위원들은 불법진료 및 자가진료 만연으로 불완전한 수의진료권 환경에서 테크니션에 추가로 진료행위를 위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 임상으로 쏠림현상과 봉직수의사 급여수준 부족으로 인해 증가하는 개원압박이 과다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에서, 병원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보조인력 도입이 적절한 지에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대다수 위원들이 자가진료 제한 선결을 전제하는 조건부 도입추진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대한수의사회가 정부의 제도화 추진 T/F에 일단 참여하되 이후 업무위임 범위나 양성체계 등의 세부현안에 대응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정부가 마련한 동물간호사제도 도입추진 T/F는 4월 8일부터 도입최종안 마련 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농식품부 방역총괄과가 주관하는 T/F에는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병원협회, 한국동물복지학회, 한국동물간호협회 등 유관 단체와 교수진, 동물보호단체 등 외부자문단으로 구성된다.
최동학 위원장은 “테크니션 제도화의 세부사항을 이 자리에서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T/F에 많은 수의사들이 참여해 의견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부분의 위원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표현은 ‘장기적으로는 수의테크니션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의테크니션이 제도화돼도 좋은 ‘장기’가 어떤 모습인지, 수의테크니션의 업무 범위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합의과정은 없었다. 일례로 회의 도중에는 제도화 시 테크니션에 대한 주사나 채혈 행위 허용여부를 다루지 않았지만, 회의가 끝난 이후 위원들 간에 테크니션 주사·채혈 행위에 대한 이견이 엿보이기도 했다.
또한 위원회가 선결조건으로 전제한 자가진료 제한이 도입 과정에서 무산될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당국은 현재 자가진료 제한을 위한 시행령 개정과 수의테크니션 제도화를 위한 법개정을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령 개정이 법 개정에 비해 절차가 짧기 때문에 둘 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자가진료 제한이 선결될 수 있지만, 만약 시행령 개정이 중도에 무산되면 자가진료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테크니션만 성급히 제도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한 위원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수의사단체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한편, 범 수의사 차원에서 제도화를 전면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