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일) SBS TV동물농장 ‘강아지 공장’ 편이 방송됐다. 강아지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뜬장에 갇혀 평생 기계처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하는 모견들이 사는 곳,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번식업(동물생산업)의 실상을 잘 보여줬다는 평이다.
방송에서는 19년째 동물생산업에 종사한 한 아주머니가 소개됐다.
방송을 통해 해당 아주머니가 마취제 및 수술도구를 갖추고 모견들을 제왕절개하는 장면이나, 주사기를 사용해 발정기간이 얼마남지 않은 개에게 정액을 주입하는 장면, 태어난 새끼가 모견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한채 격리되어 30일령 정도의 어린나이에 경매장에 나가는 장면들이 소개됐다.
해당 아주머니는 “생식능력이 떨어지면 식용개로 팔려가는데, 우리 농장은 그러지 않고 땅에 묻어준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기까지 했다. 일부 동물생산업자들은 생식능력이 떨어진 개들을 개식용 업체에 넘긴다. 평생 뜬장에서 햇빛 한 번 보지못하고 임신-출산을 반복하다가 처음 밖으로 나가 식용개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전국에 불법 번식장이 약 3천 여곳으로 추정되며, 1달에 경매장을 통해 거래되는 동물이 2만여 마리에 이른다는 내용도 방송에 소개됐다.
충격적이지만, 법적제재 할 수 있는 부분 거의 없어
방송을 보고 수 많은 시청자가 충격을 받았지만,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법적 판매기준인 2개월령을 지키지 않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거나, 향정신성의약품 마취제를 소유하고 사용한 혐의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적용될 수 있을 뿐, 그 외에 불법진료에 의한 수의사법 위반 혐의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법에 큰 구멍이 있다.
동물의 진료는 수의사법에 의거, 수의사만 시행할 수 있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동물농장 강아지공장 편에서 논란이 된 아주머니는 수의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왜일까?
*수의사법 제10조(무면허진료행위의 금지) :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
바로 수의사법 시행령 12조에 있는 ‘자가진료 조항’ 때문이다.
‘민법에서 동물을 물건과 똑같이 취급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방송에 소개된 것처럼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자기 소유의 동물에게 주사를 찌르고 수술을 하더라도 불법이 아니다.
방송에 출연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지금 현행법에는 자기 소유물인 개에 대해서 진료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사법의 자가진료 조항은 명백히 국가가 직접 법을 통해 ‘동물학대 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다.
수의사법 시행령 자가진료 조항 철폐 공감대 확산 계기로 삼아야
이번 논란을 계기로 수의사법의 ‘자가진료 조항’이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병원협회를 비롯한 수의계는 자가진료 조항 삭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번번히 다양한 이유로 자가진료 조항을 철폐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TV동물농장을 통해 강아지공장이 이슈화되고, 자가진료 조항 때문에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안타까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 ‘자가진료 조항 삭제’의 적기라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동물보호법 강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수의사단체에서도 수의사법 개정(자가진료 철폐)을 위한 서명운동과 함께 정부를 압박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