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16] 수의사법 상 과징금 규정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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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수의사법을 위반했을 경우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동물진료업 정지처분’을 당할 수 있다.

수의사가 아닌 무자격자에게 동물의 진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공중위생상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였음에도 행정청의 지도와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우 등이 「수의사법」에서 정한 동물진료업의 정지사유다(법 제33조).

이 같은 업무정지 처분은 수의사법을 위반하지 못하게 억제할 수 있도록 행정의 실효성을 확보해준다.

동물진료업의 정지처분이므로 사료나 용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진료업무는 금지된다.

수의사들도 이러한 업무정지 사유가 부당하다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각 사유는 그 나름대로의 입법목적이 있다. 모두 수의사가 사회적 역할과 직무를 영위하는데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뭔가 답답하다. 수의사법을 어긴 동물병원이 옳다고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했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업무정지처분을 내리는 것만이 능사인가?

 

동물병원은 지역 사회에서 공중보건과 방역 그리고 동물의 복지와 건강을 책임지는 공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동물병원 개설주체를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며 내세운 이유가 ‘동물병원의 공익적 성격’ 아니었던가.

지역 사회에서 동물의 건강증진, 공중위생의 향상, 방역업무 등을 담당하는 동물병원이 업무정지를 당하면, 당해 동물병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의 경우를 보자. 「의료법」과 「약사법」 또한 일정한 경우 행정청이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이점은 두 법 모두 업무정지 처분을 갈음하여 5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담당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의 역할을 감안한 조치다.

실무적으로는 행정청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의료기관과 약국에 과징금으로 대체가 가능함을 고지한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두 가지 처분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간 총수입액을 기준으로 업무정지 1일 당 과징금의 금액을 정하고 있다. 실제로 업무를 정지당했다면 입었을 손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폐기물관리법」, 「식품위생법」 등에도 폐기물 처리업자나 식품 관련 영업자에게 영업정지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처분 규정이 존재한다.

 

동물병원은 지역사회에서 방역과 동물복지의 첨병 역할을 한다. 의료기관과 약국, 폐기물 또는 식품 관련 영업자와 비교해도 그 공적 역할이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는 동물병원 업무정지 처분을 갈음한 과징금 규정의 신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수의사 윤리가 걱정된다면 과징금 규정으로 갈음할 수 있는 「수의사법」 위반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면 된다.

원칙적으로 업무정지처분을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되, 위중한 위법행위는 갈음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식도 좋다.

「수의사법」 개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 보자. 여의치 않다면 입법행위의 결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 이미 수의사는 다양한 쟁점에서 이를 숱하게 겪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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