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한 약학전문언론에 [예방접종비를 10배나?…농림부, 동물 자가치료규제 강행 [OOO의 시사펀치] “무자격자 외과수술만 금지하겠다”..왜 말을 바꿨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해당 기사에서는 대한동물약국협회 임 모 회장이 영상을 통해 아래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2만 명의 반대서명에도, 1000여 명의 반대민원에도 아랑곳 않고 농림부는 개, 고양이 자가진료규제하는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발의했다.
▲애초에 무자격자외과수술을 금지하겠다던 농림부가 어느 날 갑자기 수의간호사제도와 맞딜을 한 뒤 개, 고양이 모든 자가진료금지로 방향을 바꾼 것은 분명 그 진정성이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동물약국에 비해 최대 10배나 비싼 예방접종비, 처방전발행조차 거부되고 있는 동물병원 약품들, 30만원에 달하는 인슐린주사, 적어도 이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 순위 아니었나?
▲비싼 예방접종을 못해 혈변으로 죽어가는 개들을 동물약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표창원의원의 동물보호법개정안은 무자격자외과수술만을 금지하고 있지 모든 자가치료를 금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동물보호자들의 신속한 예방과 치료행위는 동물보호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거대한 농림부와 수의단체의 압박에 동물약국들과 가난한 동물보호자들은 입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
하지만, 해당 내용들은 대부분 객관성이 결여된 내용이며, 개인의 주장일 뿐이다. 그리고 이미 여러차례 설명되고 해명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똑같은 주장을 펼치는 데에 오히려 그 저의가 의심된다.
10배나 비싼 예방접종비?
우선, 동물약국에 비해 최대 10배나 비싼 예방접종비라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동물약국협회는 올해 6월부터 7월까지 1달 동안 동물약국 방문자 1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 백신 1회 접종비가 5만원 이하이며, 접종횟수는 5회 였다’는 결과를 얻어, 이를 동물약국 개 백신판매 값(5천원 이하)과 비교하여 최대 10배나 비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분 동물병원의 백신 접종비용은 2만원 내외이며, 진료비 자율 경쟁체계로 인해 백신접종비가 1만원 이하로 저렴한 병원도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백신 제품도 수의사의 선택에 따라 다르다. 결국 백신 접종비는 동물보호자의 자율선택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이다.
또한, 동물병원 접종비는 백신판매 금액 뿐 아니라 수의사의 수의학적 처치, 주사기 등 재료비, 응급약물 및 기도확보 등 접종 부작용 대처 준비 같은 사항들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지만, 동물약국의 백신 금액은 단순히 약 값만 계산된 것이다. 실제 동물약국 약사들은 “자가치료의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기 때문에, 백신 자가접종 후 생기는 부작용(쇼크, 화농 발생 등)은 보호자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체 반려동물 보호자(약 1천만명 추산) 중 단 197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동물약국에 비해 최대 10배나 비싼 예방접종비’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처방전조차 거부되고 있는 동물병원 약품들?
이 부분은 도대체 몇 번을 설명해야만 말도 안되는 주장을 멈출 지 반문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미 수의사는 수의사법에 의해 처방전 발급 요구시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그리고 동물병원에서는 동물을 진료할 때 동물용의약품 외에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인체용의약품의 경우에는 수의사는 처방전을 발행할 수도 없고, 발행해도 효력이 없다. 인체용의약품 처방전은 의사만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는 경우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에 대해 보호자가 처방전 발행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의사 처방제는 2013년 8월 2일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에 따른 내성균 출현과 동물·축산물에 약품의 잔류 등을 예방하여 축산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2017년까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원칙아래, 2013년 8월 처음 도입 당시에는 97개 성분 1,100여 품목의 동물용의약품(판매액 대비 전체 동물용의약품의 15%에 해당)만 처방대상약품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왜 수의사의 처방전 발행이 적을까?
이유는 간단한다. 수의사 처방제의 ‘약사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에, 동물약국에서는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마음껏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방전 없이 약을 살 수 있는데 처방전 발행을 요구하는 보호자가 어디에 있나?
수의사의 처방전을 발급해서 구입하도록 만든 제도가 수의사처방제인데, 약국은 예외되어 있다니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처방제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게 하는 ‘구멍’이 바로 약사예외조항이다.
결국 수의사 처방전 발급이 적은 건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 때문이고, 약사예외조항이 생긴 것 역시 약사회 때문이었다.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 탄생과정은 다음과 같다.
2008년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종합대책에 ‘수의사처방제 2011년 도입’이 포함된 후 2009년, 도입 준비 과정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2009년 6월, 약사회가 사실상의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약사회는 ‘동물용 의약품 완전의약분업’ 또는 ‘수의사 처방제에서 약국 제외’를 요구했다.
약사회 동의 없이는 보건복지부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그 해 11월 국무총리실이 약사회의 수정 건의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약사회 수정건의안도 ‘완전의약분업’을 ‘동물병원의 처방대상 약품 판매 금지’로 변화됐을 뿐 이었다.
결국 처방제 T/F팀은 약사회가 반대하는 한 처방제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약국을 처방에 의한 판매처에서 제외해달라’는 약사회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약사회의 주장 때문에 처방제 예외조항이 생겼고, 처방제 예외조항 때문에 처방전 발급이 적은 것인데, 이를 두고 ‘처방전발행조차 거부되고 있는 동물병원 약품들’ 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을까?
다시 설명하지만, 수의사는 이미 수의사법에 의거 처방전 발행을 거부할 수 없으며,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처방전 발행이 적은 것은 약사예외조항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이미 수 차례 있었음에도 똑같은 주장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런 간단한 설명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이해력이 떨어진다고 믿고 싶진 않다.
표창원의원의 동물보호법 개정안?
국회의원 64명이 함께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8월 31일 발의됐다(표창원 의원 대표발의). 그리고 이 법안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외과적 수술은 수의사법에 따른 수의가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이 개정안 원문 어디에도 ‘동물보호자들의 신속한 예방과 치료행위는 동물보호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표현은 없다.
임 모 회장에게 묻고 싶다.
“표창원의원의 동물보호법개정안은 무자격자외과수술만을 금지하고 있지 모든 자가진료를 금지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동물보호자들의 신속한 예방과 치료행위는 동물보호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주장은 혹시 표창원 의원이 아니라 당신 머리에서 나온 생각은 아니냐고.
선동하려면 차라리 입다물고 있어라
임 모 회장은 “너무도 거대한 농림부와 수의단체의 압박에 동물약국들과 가난한 동물보호자들은 입다물고 가만히 있어야하는 걸까요?”라고 주장했다.
도대체 언제 동물약국이 입다물고 가만히 있었는 지 궁금하다. 이번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하여 입법예고 전에 있었던 일 몇 가지만 소개해보겠다.
▲ 대한약사회 특별위원장 등 6명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총괄과 방문(수의사법 시행령 외과적 수술만 금지 주장)
▲ 관계기관 의견 조회 시 ‘외과적 수술에 대해서만 제한이 필요하며 개는 축산법상 가축에 포함되므로(가축의 정의에 포함), 개를 자가진료 제한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재검토 필요’ 의견 제출
▲ 대한약사회·대한동물약국협회 ‘개와 고양이 자가진료 금지 반대’ 네이버 배너 광고 게재(약사 회원 대상 6천여만원 후원금 모금)
▲ 자가진료 반대서명 진행(‘자가진료’ 키워드 네이버 파워링크 등록)
▲ 반려동물 자가진료 제한에 대한 반대 캠페인 실시(팜엑스포 행사)
이미 이처럼 많은 활동을 하고도 ‘입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요?’라고 감정에 호소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근 약사협회의 ‘자가진료 폐지 반대 운동’이 진정성 없다는 것을 깨닫는 보호자들이 늘면서, 약사회에 대한 동물보호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자가진료에만 꽂혀서 동물보호법 개정 자체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일부 네티즌과 임 모 대한동물약국협회 회장 사이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으며, 임 모 회장은 자신의 블로그 글을 지우고 새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대한약사회 자가진료 금지 반대 서명 운동 중에도 잘못된 내용을 지적한 사람의 글이 삭제되고 접근이 차단 당하는 일이 있었으며, “얼마전에 평소 구매하던 동물약국에서 문자가 와서 자가진료폐지는 보호자들을 위해 위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며 반대글을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같은 보호자들은 또 거기에 현혹되어 아 진짜 보조제조차도 못사나 싶어 반대의견 내놓지 않겠습니까? 순진한 보호자들까지 이용하는 약사들해도 너무 한거 아닙니까? 적어도 우리 아이 먹는 보조제 구매하는 곳이라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뒷통수를 치나요?” 등의 의견을 내면서 약사들의 선동에 속아 반대운동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는 보호자들도 늘고 있다.
즉, 진정성이 결여된 채로, 객관적이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선동은 결국 들통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의하고 싶다.
너무도 거대한 농림부와 수의단체의 압박에 입다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동물보호복지를 생각한다면 입다물고 가만히 있어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