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19] `진료행위`를 `수의료행위`로 재정립해야
수의사법 개정을 통한 ‘수의료행위’의 개념 정립 필요성
수의사는 동물의 진료 및 질병관리, 검역, 축산물 위생, 공중보건 등의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한다.
이러한 사회적 역할과 직무범위는 ‘수의사법’을 필두로 ‘축산물위생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공중방역수의사에 관한 법률’ 등에 규정되어 있다. (칼럼17편-‘수의사의 역할과 직무를 규정한 현행 법률’참조)
최근에는 원헬스 개념이 대두되면서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원헬스 시대에 적합하도록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수의사법 상 직무 범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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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법 제3조는 수의사의 직무를 ‘동물의 진료 및 보건’ 그리고 ‘축산물의 위생검사’로 규정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진료’라는 문구다.
대법원은 수의사법 상 진료행위를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질환‧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라 정의했다.
하지만 해당 판례에서 대법원은 그 밖에 ‘동물의 생명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나 ‘동물의 진료에 부수되거나 그 기능을 좋게 하는 행위’까지 진료행위에 포함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수의사법 상 목적조항에 ‘동물의 건강증진’문구가 없었고(이후 수의사법 개정으로 현재는 포함되어 있다), 수의사의 업무 범위와 수의사 아닌 자에게 금지되는 업무범위의 상이함 등이 대법원이 근거로 든 이유다.
그러나 수의사법 상 ‘진료’라는 문구가 포섭할 수 있는 범위에 태생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 생각한다.
진료행위는 동물의 상태를 진단하여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한 후 그 치료를 위해 적합한 약품을 처방‧투약 하는 것이다. 여기서 진단 방법은 문진‧시진‧청진‧타진‧촉진 및 각종 검사를 포함한다.
하지만 ‘진료행위’는 동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인수공통질병을 컨트롤 하여 지역사회 동물보건의 향상에 이르기까지를 포괄하기는 어려운 개념이다.
물론 광의로 해석하거나 수의사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진료행위에 포섭할 수 있겠지만, 이는 ‘진료행위’를 넘어선 ‘수의료행위’의 개념을 정립하여 포섭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수의료행위’는 ‘동물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를 넘어 ‘수의사가 행하지 아니하면 동물보건(축산물)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동물의 진료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동물의 건강증진, 나아가 동물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는 행위, 진료에 부수되거나 그 기능을 좋게 하는 행위까지를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인 것이다.
수의사법 개정을 통해 수의사법 상 ‘진료’의 개념을 ‘수의료행위’로 확대할 수 있다면, ‘동물의 생명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 및 ‘동물의 진료에 부수되거나 그 기능을 좋게 하는 행위’까지 수의사의 직무 범위 내의 행위로서 포함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의료법은 의사의 업무를 ‘의료행위와 보건지도’로 규정하고 있다. 의사의 역할을 단순 진료행위에 한정하지 않고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규정으로 말미암아 사법부도 ‘의사가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료행위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각이 비전문가(비의료인)의 무면허의료행위를 강력히 규제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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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은 수의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수의계 안팎의 노력이 외부의 다양한 요인과 결합되어 일부 결실을 이뤘던 뜻 깊은 한해였다.
강아지 공장의 충격적인 자가진료는 사회의 공분을 자아냈고, 2016년 12월 30일 정부는 마침내 수의사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서의 자가진료를 금지했다.
이처럼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업무범위를 정립하는 일은 결국 수의사법 및 동법 시행령‧시행규칙의 개정을 통해 달성될 수밖에 없다.
수의사법 상 수의사의 직무 범위가 동물의 ‘진료’를 넘어 ‘수의료행위’로 발전적으로 개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