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축산조직 분리해야‥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칠까 우려

축산진흥 조직 아래선 방역정책 강화 한계..악성 전염병 피해 되풀이 불구 근본개선 없어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170111 hpai2

H5N6형 고병원성 AI의 확산세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 방역조직 개편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지자체 70여곳에는 아예 방역관이 없고, 있어도 한두명에 불과한 방역관은 현장 관리보단 행정처리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앙 정부의 컨트롤타워도 과 단위 방역조직에 그쳐 힘이 부족했다.

11일 정의당이 주최한 AI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대한수의사회 김옥경 회장은 “해외 가축전염병 유입이 적던 시절 만든 방역조직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며 “농식품부 내 방역조직을 국 단위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 가축전염병 방역정책은 방역관리과(AI), 방역총괄과(구제역)가 담당하고 있다. 축산진흥을 이끄는 축산정책국 산하에 있어 방역업무에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김옥경 회장은 “산업피해 여파부터 걱정해야 하는 조직체계에서 강력한 방역정책은 불가능하다”며 “북한을 포함한 전세계가 동물질병 방역조직을 따로 두고 있다”고 역설했다.

농식품부 방역조직은 당초 일본의 것을 참고했지만, 정작 일본은 2001년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방역조직을 소비자안전부서로 이관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중앙에 국 단위 방역부서가 들어서야 도청에는 방역과, 시군청에는 방역팀으로 전국 방역조직을 체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지자체 방역인력 문제는 심각하다.

전국 가축방역관은 660여명으로 농식품부가 진단한 적정방역인력(1,283명, 2014 한국능률협회 연구)의 절반에 그친다.

그나마도 아예 없는 시군이 70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전남 해남 등 H5N6형 AI 발생지역도 포함된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70여명에 달하는 지방 수의직 결원을 최대한 빨리 충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잠잠해지면 방역개편 논의 한 두 달 새에 흐지부지될 것” 우려

하지만 시스템 개편 가능성을 보는 시각은 회의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여러 패널들이 살처분보상금 제도, 방역조직 개편, 소독약 관납 문제 등을 거론하며 “예전에도 지적했지만 그대로”라는 점을 지적했다.

2010년 구제역, 2014년 H5N8형 고병원성 AI 사태에서도 수천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전대미문의 구제역 피해를 입은 후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재편된 지금도 역학조사나 질병진단, 검역 등 방역정책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수의직 공무원도 면허수당이 기존 8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오른 것 외에는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었다.

지자체 수의사들은 격무에도 불구하고 승진 기회나 혜택이 적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기피현상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다. 지난해 수의사 21명 채용을 공고했던 광역지자체가 3명을 충원하는데 그친 것이 단적인 예다.

김옥경 회장은 “질병이 한창일 때는 여러 개선방안이 활발히 논의되지만 1, 2개월만 잠잠해지면 방역시스템보완은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는 정말 근본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축방역·축산조직 분리해야‥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칠까 우려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