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밀집·오리농가 근본 개선 없이는 AI 재발 못 막아`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개최한 AI·구제역 방역개선대책 공청회에서 가금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개별 농가의 방역강화도 중요하지만, 철새가 지나다니는 서해안 지역의 가금농가를 줄이고 AI 초기확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오리농가의 방역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패널로 나선 모인필 충북대 수의대 교수는 “2003년 첫 발생 이래 고병원성 AI는 점점 나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지금이 상재화 직전 최후의 개선 기회”라고 못박았다.
`오리가 핵심` 다축종 계열화·비닐하우스식 열악한 사육 금지해야..올인올아웃 법제화
모인필 교수는 AI 피해를 줄이려면 오리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병원성 AI에 대한 증상이 뚜렷하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를 증폭시키는 오리가 철새로부터 가금업계로 AI를 유입시키는 고리라는 것이다.
모인필 교수는 “서해안 지역에 AI 발생이 집중되는 것은 철새 이동경로일 뿐만 아니라 오리사육이 전남북과 충남북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며 “영남권에 AI가 드문 것은 오리사육이 거의 없기 때문인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리 감염농가를 조기에 색출할 수 있도록 도축장 검사를 강화하고, 계열화 사업자가 오리와 기타 가금축종을 한꺼번에 취급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창호 반석가금진료소 소장도 오리농가의 방역허점을 지적했다.
육계보다 사육기간이 길다 보니 올인올아웃이 안되는 경우가 많고, 사육후기에 매일 왕겨살포가 불가피해 차량 출입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강승구 전북도청 농축수산식품국장은 “많은 오리농가가 논 한 가운데서 야생조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며 “시설강화를 지원하되 최소한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사육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창호 소장은 “오리산업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며 “농가와 관련 종사자들의 방역의식 변화 없이는 정부 정책만으로 AI 발생을 줄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는 이번 방역개선대책안에 신규 오리농가의 비닐하우스 사육을 금지하고, 육계와 육용오리의 올인올아웃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가금농장들을 동쪽으로 옮기기 전엔 AI 반복될 것”
이날 공청회는 서해안 밀집사육에 대한 장기적 개선도 주문했다.
강승구 국장은 “전북 서부 평야지대는 죄다 AI 방역대에 들어갈 정도지만 동부는 발생이 극히 적다”며 “서해안에 집중된 가금농가를 동쪽으로 옮기지 않으면 AI는 계속 재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15여개소에 이르는 밀집사육지역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국장은 “반경 3km 이내에 5,60농가가 밀집된 김제 용지면 같은 경우는 한 농가만 발생해도 모두 살처분할 수 밖에 없다”며 그로 인한 방역비용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농가들이 영농조합법인 형태로 밀집지역을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철새도래지 인근이나 AI 재발반복지역 등 위험지역을 벗어나는 농가에 비용지원을 검토하고, 철새도래지 반경 3km 이내의 신규 가금농가 허가를 제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