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현장에선 작동 안 돼‥`인력·예산` 실행의지 높여야
자유한국당, 동물복지 분야 대선공약 간담회 개최
자유한국당이 동물보호단체들과 국내 동물복지 관련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가축, 실험동물, 야생동물의 복지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관련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현행 제도를 현장에서 실현시킬 조직과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반려동물 너머 산업동물, 실험동물 복지도 높여야
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 청년본부(본부장 이양수)와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센터는 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생명에 대한 예의, 동물복지’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동물복지 분야 대선공약에 대한 동물보호단체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대한수의사회에서는 이기옥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며 “반려동물을 너머 산업동물 등 다양한 분야의 동물복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동물의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실험동물 숫자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실험동물 문제를 지적하며 “해외 선진국에서는 대체시험법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국내 실험동물 숫자는 매년 증가해 연간 3백만두를 돌파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HSI(Humane Society International) 서보라미 정책국장은 “동물실험 대신 더 과학적인 대체시험법을 활용하는 것은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도 더 좋다”며 “대체법 개발과 적용을 위한 국회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법·제도가 현장에선 작동 안 해..공직 인력, 예산 투입 확대해달라
현행 동물보호법에 비해 동물보호 관련 행정이나 동물학대의 처벌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케어 이소영 팀장은 지난 4개월간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 40여개소를 방문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지자체 동물보호담당 인력이 없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시군들 대부분이 가축방역, 동물병원 관리, 동물보호 행정 등을 2, 3명이 담당하는데 AI, 구제역 사태로 밥먹듯 초과근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유기동물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가입찰 위주로 위탁 유기동물보호소를 계약하다 보니 현실성 없이 낮은 단가가 강요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소영 팀장은 “가장 열악한 보호소는 두당 8만원의 예산이 지급되고 있었다”며 “포획 관련 비용, 열흘 간의 보호비용, 치료, 안락사, 사체처리비용까지 포함한다고 보기엔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자체 동물보호 관련 조직 확충과 직영 유기동물보호소 확대를 건의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도 “동물보호 제도의 집행, 실행단계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국가동물복지위원회 운영, 동물복지 5개년 계획 수립 등 외형적인 측면은 국제기구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선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진경 이사는 “동물복지계획의 내용도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동물학대 처벌도 동물학대 행위를 규정한 동물보호법 8조의 정비가 중요한데 국회에서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학대 처벌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물법 이야기’의 저자 김동훈 변호사는 “타인 소유의 개를 학대할 경우 적용되는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이라며 “동물을 단순히 물건으로 볼 수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동물학대죄의 처벌수위가 최소한 재물손괴죄만큼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양수 의원은 “동물보호단체 전문가들의 조언을 적극 반영해 자유한국당의 동물복지 분야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