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동물 복지와 동물복지 농장 확대,어떻게 해야 할까?

산업동물분야 동물복지 농장 사회적 합의 위한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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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축종을 제외하고 오로지 산업동물의 동물복지만 논의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농어업정책포럼 동물방역복지분과위원회(위원장 김준영)가 주관한 ‘산업동물분야 동물복지 농장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가 18일(수)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것. 이 날 토론회에서는 유럽의 사례 발표와 함께 학계, 동물보호단체, 생산자단체, 언론인 등이 참여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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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이뤄져있어…방법이 문제”

첫 번째 발제는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가 맡았다. 천명선 교수는 ‘동물복지 개념의 역사적 변천’을 주제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동물복지 및 동물권의 개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설명했다.

천명선 교수는 “동물에 대한 학대나 무배려가 허용되는 사회나 철학은 없었다”며 “동물복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는 이뤄져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즉, 동물복지나 동물권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존재하지만 “생산성이 극도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동물의 삶의 질은 크게 상관없다”며 가장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회계약론자들조차 소비자들이 동물복지를 신경 쓸 경우 동물복지를 중요한 요소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결국, 산업동물이라고 하여 동물학대를 해도 된다거나 동물의 상태·복지를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은 없었으며, 전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 조항(1641년)역시 반려동물이 아닌 산업동물에 관한 내용이었던 만큼 산업동물의 복지는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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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제는 비욘 포크만 교수(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동물복지 담당 교수, 사진)가 맡았다. 비욘 포크만 교수는 양돈, 양계 농장 사례를 중심으로 유럽의 산업동물복지 농장에 대해 소개했다.

비욘 포크만 교수는 산업동물의 동물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강조했다. 예를 들어 돼지 스톨 사육에 대해서도 어느 쪽에서는 스톨 사육이 좋다고 하고, 어느 쪽에서는 방목 사육이 좋다는 식의 의견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입장과 소비자들의 입장도 다르다.

과학자들과 소비자들 모두 산업동물의 복지 증진을 원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산업동물 복지는 ‘안전하고 맛있는 축산물’, ‘유기농 축산물’ 정도의 단순한 개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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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SA에서만 200명 넘는 과학자가 연구하는 ‘유럽’ VS 수의대에 동물복지 전담 교수 1명도 없는 ‘한국’

비욘 포크만 교수는 EFSA(유럽식품안전청, 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2002년 설립된 EFSA는 독립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위험을 평가한다.

EFSA에서는 축종별로 산업동물의 복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여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EU 회원국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으며, 2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동물복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10개 수의과대학에 동물복지 전담 교수가 한 명도 없는’ 우리나라 현실과 가장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 동물복지 연구 현황에 대한 아쉬움을 전한 천명선 교수는 “현실적으로 동물복지에 대해 연구할 인력도 없고, 여건도 되지 않는다”며 “동물복지의 과학적인 근거 마련을 위해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 축산물 구입, 비용 증가 엄청나지 않아…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어”

비욘 포크만 교수는 유럽에서 산란계 분야 동물복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설명했다.

비욘 포크만 교수는 ▲케이지 사육이냐 아니냐는 간단한 메시지를 던진 것 ▲ EU 및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엄격한 통제 ▲동물복지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점 등을 동물복지 계란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유럽에서는 2012년부터 산란계의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금지했으며, 농장주들이 먼저 ‘닭의 부리자르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비욘 포크만 교수는 “4개월 전에 덴마크에서 비슷한 발표를 한 뒤 4개월 만에 동물복지 축산물 소비가 7% 이상 증가했다. 동물복지 축산물 구입이 그렇게 엄청나게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덴마크의 성공 사례가 한국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패널 토론자로 나선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역시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조희경 대표는 “정치와 축산업계에 대한 고려만 있지 국민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공장식축산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동물복지 계란도 실제 그렇게 비싸지 않다. 동물복지 축산물이 비싼데 ‘과연 소비자들이 사먹을 수 있느냐, 소비자가 변해야 한다’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양돈업계, 양계업계 등 생산자 쪽에서는 “동물복지가 시대의 요구사항이고 앞으로 그 방향으로 나가야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가 이어졌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확대를 위한 소비자의 역할, 정부의 역할, 생산자의 역할을 각각 발표한 곽춘옥 건지 대표는 “일부 소비자들이지만, 사치품에는돈을 전혀 아끼지 않으면서 축산물에 대한 소비는 엄청 아끼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되는 부분도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농어업정책포럼 상임대표인 김현권 의원은 “단순히 가축을 고기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과 함께하고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가축으로서의 복지를 당연히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축산물 공급을 위해 동물복지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산업동물 복지와 동물복지 농장 확대,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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