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참여자 70%가 트라우마‥`살처분 트라우마 방지법` 발의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 살처분 참여자에 치료지원 및 관련 안내 의무화
가축전염병 살처분 참여자 70% 이상이 심리적 외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참여자에 대한 치료지원을 강화하는 `살처분 트라우마 방지법`이 발의됐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경기 수원갑, 사진)은 가축 살처분 관계자의 사후관리 대책 강화를 주 골자로 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0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가축매몰(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수의사, 농민 등 가축 살처분 관계자의 73.3%가 심리적 외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0명의 살처분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살처분 현장의 노동강도가 매우 높고, 신체적인 위험이 심각하며,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축산농가의 이주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 수의사 중에서는 젊은 수의사 등 살처분 작업의 위험이 위계화되는 현상도 포착됐다.
이찬열 의원은 “현행 법이 살처분 사후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국공립 병원이나 보건소, 민간의료시설을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심리치료 제도에 대한 정보제공이 미비하고 정부지원 정책이나 치료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실질적으로 심리치료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업무상 공백이나 비용부담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살처분 명령을 이행한 가축의 소유자와 가축방역관, 관계 공무원 등에게 심리적 안정과 정신적 회복을 위한 치료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전담의료기관을 지정해 심리치료를 위한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지원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관련 절차 등의 정보를 대상자에게 15일 이내에 알리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찬열 의원은 “거의 매년 구제역과 AI가 발생하는 가운데 살처분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개인의 몫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며 “전염병 차단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살처분이 진행되는 만큼, 참여자들이 윤리적인 자책감이나 후유증을 덜 수 있도록 체계적인 사후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