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약국, 영업정지 처분에 오히려 행정소송 제기..제약사의 '직영약국 아니냐'는 의혹 증폭
동물병원 인체용 의약품 공급 경로 개선 필요성 논란 재점화
인터넷 의약품몰을 통해, 동물병원에 인체용 의약품을 택배판매한 혐의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서울시 강남구의 A모 약국이 이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A약국은 유명 인터넷 의약품 쇼핑몰인 B사이트를 통해 동물병원으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판매한 혐의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 판매를 금지'한 약사법 제50조에 의거한 처분이었다.
하지만 A약국은 영업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해당 보건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A약국은 "약국의 동물병원 택배판매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하는 일반적인 택배판매와는 다르다" 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택배판매는 문제지만, 동물병원으로 택배판매는 괜찮다는 것.
이 사건이 알려지며 약사계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로펌 앞세워 행정소송…약사들 "제약사의 직영약국 아니냐" 의혹제기
A약국은 소규모 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정소송을 위해 법정 대리인으로 대형 로펌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A약국이 문제가 된 의약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C제약업체 본사 1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제약사의 직영약국이 아니냐’ 는 의혹이 불거졌다.
약사회 관계자는 “행정처분에 대해 일개 약국이 대형 로펌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행정소송을 준비한다는 점과, 제약업체 본사 건물 1층에 위치한다는 점을 볼 때 정황상 오해의 여지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의 한 약사는 약학전문언론을 통해 “동물병원 인체용 의약품 공급처를 약국으로 한정한 약사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서, C제약사가 자사 계열사인 B의약품쇼핑몰에 A약국을 입점시켜 도매상 같은 역할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고 지적했다.
강남구 약사회는 21일 긴급 약국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대응에 나섰다. 약사회는 A약국에게 B쇼핑몰 입점 경위를 청취하고 행정소송 취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A약국이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다면 약사회 정관에 따라 해당 약국을 윤리위원회에 회부시킬 방침이다.
아울러 B쇼핑몰 책임자에게 A약국의 쇼핑몰 입점 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약사회 차원의 보이콧 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현행법 상 동물병원은 약국을 통해서만 인체용 의약품 구입 가능
이번 사건 계기로 동물병원 인체용 의약품 공급경로 개선될까
A약국과 보건당국 간 행정소송은 현재 진행중이다. 여기에 의약품 택배판매와 약국외 판매를 우려하는 약사회의 대응이 이어지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법정 소송 진행 양상에 따라 동물병원으로의 인체용 의약품 공급방법이 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물병원으로의 의약품 공급이 일반적인 의약품 판매와 다르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현행 공급경로를 개선할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약사법 상 동물병원은 인체용 의약품을 진료에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보건복지부령에 의해 공급처가 도매상이 아닌 약국으로 한정되어 있다.
수도권에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D원장은 “인체용 의약품을 약국에서만 공급받도록 만들어 놓았지만, 실제 동물병원에 필요한 약품을 갖추어 놓은 약국은 별로 없다” 면서 “몇 년 전 대한수의사회와 대한약사회가 의약품 공급에 관한 MOU를 체결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고 지적했다.
D원장은 “택배판매나 약국외 판매는 악용될 소지가 많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법 취지에는 동감한다” 면서도 “의약품 유통업체와 동물병원 사이의 B to B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소매상인 약국에서만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제한한 점은 분명 불합리한 것” 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