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의 문제를 다룬 책이 하나 나왔다. 책의 제목은 ‘동물병원이 알려주지 않는 30가지 비밀’이다. 매우 자극적인 제목이다.
이 책을 쓴 저자 허현회씨는 이전에 ‘그들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와 같은 책들을 펴냈다. 현대 의료의 문제점들을 정리한 책들이다. 동물병원은 그 연장선상이고 다음에는 약국의 문제를 다루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이 책을 수의사들이 활동하는 카페에서 보게 되었다. 수의사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이 책 팔아먹으려고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들을 담은 그렇고 그런 책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대하기 불편하기에 당연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서양의학의 근본적인 문제인 질병을 이분법적이고 환원주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시작하여 사료의 문제 그리고 예방접종이나 항생제의 문제 또 과도한 수술에 대한 문제와 여러 질병들에 대한 동물병원의 접근 방식의 문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기동물과 동물실험 등을 다루고 있었다. 내용들이 모두 내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부분들이기에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대강은 감이 왔다. 찬찬히 생각을 해보면 누구나 문제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들을 저자는 어떻게 엮었는지 해결방안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책을 구입했다.
책의 내용은 현재 반려동물을 다루고 있는 동물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제기하고 있다. 사료의 문제나 예방접종 또 질병을 다루는 방식 등등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을 처음 이 책으로 접하는 사람은 충격적일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들이다.
사료의 문제는 ‘개고양이 사료의 진실’에서, 예방접종과 질병에 대한 접근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개고양이 자연주의 육아백과’에서 또 사료의 원재료가 되는 옥수수의 문제는 ‘잡식동물의 딜레마’, 축산물의 문제는 ‘육식의 종말’, 세균과 항생제의 문제는 ‘감염’에서, 동물실험은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에서 그리고 식품첨가물과 GMO의 문제는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몬산토’ ‘먹지마세요 GMO’와 같은 책들에서 접한 내용들이다. 저자는 그 밖에 몇 권의 책들의 내용을 참고하여 또 하나의 책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관심을 갖고 고민해 본 사람은 오늘날의 의학, 특히 서양의학의 문제점을 깊이 느끼게 된다. 한 마디로 서양의학은 너무나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런 문제점의 원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그들의 이원론적이고 환원주의적 사고방식과 소비를 해야만 굴러가는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한계로 기인한다. 그러한 원인들로 인하여 사회의 많은 분야에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의료현장도 그러하다.
어떤 질병이 있을 때 그것을 쉽게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자. 그렇지만 현 의료시스템은 그런 쉬운 방법을 권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런 쉬운 방법이 현 의료시스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의료시스템은 현 의료시스템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방식을 권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피로한 삶을 살고 있고 그러한 피로로 인하여 여러 가지 질병을 앓기도 하고 면역력이 약해져서 쉽게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이러한 만성적인 피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연히 휴식이다. 몸을 편히 쉬게 하고 마음을 편안히 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면 몸의 피로는 당연히 풀린다.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만성적으로 피로한 삶을 살도록 하는 현실을 바꾸고 개선하는 것이다. 그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의료시스템은 그런 원인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박카*와 같은 각성제나 감기환자에게는 항생제, 해열제, 진통제, 영양제와 같은 약들을 처방할 뿐이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몸이 어떤 원인으로 인하여 건강한 상태에서 벗어났고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몸의 증상은 그러한 과정의 현상들이다. 하지만 서양의학은 그러한 과정의 증상을 있어서는 안 될 증상으로 파악하고 제거하려고 한다. 이러한 서양의학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게 되면 서양의학을 바탕으로 한 모든 의료시스템들이 문제 덩어리들인 것이다. 그러니 저자는 서양의학과 관련된 병원, 의사 그리고 동물병원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책을 쓰는 것일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여러 내용들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주제들이다. 특히 사료와 간식의 문제는 심각하다. 생명에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근원은 먹이이고, 이 먹이를 근간으로 하여 생명현상을 펼치기 때문이다.
우리의 속담에도 있듯이 먹는 것이 약이 되기도 하고 또 먹는 것이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먹거리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의 먹거리도 모두 ‘식품주식회사’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이 되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개들을 진료하다 보면 특히 피부병에 걸린 개들이 많이 온다. 재발되는 피부병으로 인해 많은 개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이 피부병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피부병의 원인을 알아냈다. 그것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료나 간식 그리고 여러 오염된 환경들 그리고 동물병원의 의료행위들 때문이다. 특히 사료와 간식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 KBS 소비자 프로그램에서도 애완동물사료와 간식 문제를 방영한 적도 있다.
만성적이고 재발되는 피부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먹거리를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먹던 사료와 간식을 모두 끊고 질 좋은 사료와 간식을 먹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것을 찾고 싶어도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기껏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사료 포장지에 써있는 선전문구들인데 그런 문구들은 말 그대로 선전문구일 뿐이다. 유기농이고 피부에 좋고 면역을 증진시켜주고 어쩌구 저쩌구 써있는데 모두 과장된 선전문구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료들이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그것에서 정말 좋은 것을 선택 할 수가 없다. 또 그 중에 정말 좋은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조차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그 사료가 그 사료’라는 생각을 하거나 개들 각각의 유전적 문제려니 생각한다.
동물병원을 20년 가까이 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또 행운이 나에게 깃들어서 하나의 사건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어 현 동물병원의 문제점 또한 잘 알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사료의 문제, 예방접종, 항생제, 심장사상충 예방약, 외부기생충 예방약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병원의 의료 행위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귀 기울여 봐야 한다.
그런데 많은 수의사들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인식의 한계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인식할 수 있는 것만 인식 할 수 있다. 이것은 인식론적인 명제이다. 이 명제에서는 누구도 벗어나기 힘들다. 특히 그러한 문제가 이권과 관련되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수의사들은 불편할 수도 있고 또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는 의료행위를 일방적인 시각으로만 봄으로써 다른 측면으로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책은 그런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은 이미 각자가 어떤 패러다임에 생각이 갇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패러다임에 갇혀있는지 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 책과 같이 패러다임을 달리하는 책이 읽기에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모든 문제가 동물병원이나 수의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문제들이 동물병원으로 인한 것처럼 서술되어 있다. 또 사실과 다른 오류를 바탕으로 자극적인 글쓰기를 한 부분들도 적지 않다. 과거 동물병원이 귀 성형과 성대제거 수술을 주로 했다고 하는데, 그런 수술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실시한 수술들이다.
또 우리나라에 3,000여 곳의 동물병원이 있고, 이 동물병원 중 65퍼센트가 반려동물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다며 이런 것을 반려동물이 진료가 쉽고 수익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동물병원은 소, 돼지 등을 다루는 대동물 진료와 개나 고양이 등을 다루는 소동물 진료로 나뉘는데 대동물의 경우 자가진료 허용으로 인하여 각 농장에서 알아서 예방주사를 비롯한 각종 약을 구입하여 주사를 놓고 있고, 거기에 거대 우유회사 등에서 수의사를 지원함으로 인해 대동물 쪽에서 동물병원을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소동물로 몰려든 것이다. 이것은 예전에 구제역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동물 진료 수의사가 없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병원과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비교하며 동물병원이 비싸다고 하는데, 사람병원의 경우 감기 치료를 하면 보통 3천원을 지불한다. 그것에 비해 동물병원의 감기 치료비는 보통 2만원선이 된다. 이것만 두고 보면 동물병원이 사람병원보다 7배는 비싼 것이 된다. 하지만 사람병원은 의료보험비가 적용되어 병원에서는 나머지 진료비를 의료보험공단에서 받기 때문에 비슷한 선이 된다. 또 사람병원과 동물병원은 진료시간, 진료횟수 등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여건이 다른데 단지 진료비 하나만을 가지고 단순가격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다.
또 미용비용이 10만원이 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하여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정말 그렇게 비싸!!!”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데, 요즘 애견 비용비는 얼마 전에 가격이 올라서 3만원 정도 받고 있다. 이 비용 또한 요새 체인형태로 있는 미용실에서 사람 머리 깎는데 6천원이지만 시간은 20분 정도 걸린다. 그에 비해 개를 미용하는 시간은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걸린다. 또 사람은 가만히 앉아 있지만, 개들은 가만히 있지 않아서 달래가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 이것을 두고 사람은 6천원인데 개들은 3만원이나 받아?”라고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미용을 할 때 포획줄로 묶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호자 몰래 마취를 하고서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다. 동물을 마취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의료행위다. 저자가 책의 다른 부분에서도 언급했지만 마취가 잘못되는 경우 개가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위험한 의료행위를 수의사가 왜 그냥 하겠는가? 개의 미용을 할 때 너무도 산만하거나 흥분하는 개의 경우 개의 안전을 위하여 마취를 하는데, 이 경우 보호자에게 이야기하고 마취비는 따로 청구한다. 또 이 경우 마취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때에는 혈액검사비 또한 보호자에게 청구한다. 이러한데 누가 마취를 보호자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하겠는가.
그리고 애견 미용을 동물병원에서 권해서 보호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은 개를 키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집 안에서 털이 너무 날리고 관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털을 깎는 것인데 그것을 동물병원이 돈 벌기 위해 조장했다는 표현은 무리다. 또 사람에서는 임플란트가 유행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동물병원에서도 유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내가 견문이 좁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임플란트를 하고 있다는 동물병원을 듣지 못했다. 실험적으로 앞서서 치과진료 전문을 표방하는 한 두 곳의 동물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을 유행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하지 않을까?
또 반복적으로 스테로이드를 강력한 합성 마약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것 또한 심하게 이야기하면 선동적인 글쓰기다. 이미 스테로이드는 스테로이드라고 이야기해도 누구나 아는 약물이고 또 동물병원에서도 스테로이드의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의 사용을 줄이려고 전체적으로 노력하는 약물이다. 그럼에도 스테로이드를 과량 투약하고 있다면, 그 원장 개인의 문제이지 전체 동물병원의 문제는 아니다. 또 예방접종을 비롯하여 일반적인 모든 약물들을 석유화합물 부산물처럼 이야기하며 백해무익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문제다. 예방접종이 인류에게 아무런 의료적 기여를 하지 못했는가? 이것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나뉠 수 있다. 임상에서 예방접종을 하면서 부작용을 간혹 접하게 된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예방접종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이 전염병 예방에 기여한 측면이 있는데 백해무익하며 만병의 근원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다.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고 또 인간 사회 또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는 입장에서 오늘날 동물병원에 문제점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러한 부분에 대하여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숙고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누구 하나만의 잘못은 아니며, 사회 전체와 관계 속에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고서 동물병원만 문제라는 식의 의식은 문제가 있다.
반려인들은 진료비가 비싸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동물병원 규모가 크고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고 직원이 많아서 유지비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그런 동물병원을 선호한다. 또 고가의 장비들이 갖추어진 동물병원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많은 동물병원들이 대형화되고 야간진료를 비롯하여 24시간 진료를 표방하며 결국 그것에 들어가는 비용은 반려인의 부담이 된다. 또 한 해에 500명의 수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가 된 동물병원 시장에서 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결국은 소위 진료의 전문화 등을 이유로 반려인들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그것은 수의사들 내부의 문제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 생각을 한다면 수의사들은 생존을 위해서 알아서 반려인들에게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상호간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그 해결방법도 모색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 대해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하면 저자가 문제 제기한 부분들은 수의사들이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들이지만, 책의 많은 부분이 침소봉대 되어있다. 과유불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