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의 마약류 처방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한 수의사가 치과의사보다 많았다.
지난해 국감에서 주목했던 펜타닐 패치를 비롯해 주요 마약류 성분들은 대부분 사용량이 증가했다.
다만 가장 많은 동물병원이 사용하는 동물용 마취제인 졸라제팜·틸레타민은 전년대비 사용량이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022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국가승인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한 수의사는 5,239명으로 치과의사(5,165명)를 넘어섰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도입된 후 의료용 마약류를 활용하는 수의사는 2019년 4,546명에서 3년간 693명 증가했다.
본지가 식약처로부터 제공받은 동물병원 의료용 마약류 처방통계에 따르면, 동물병원의 마약류 처방건수와 처방량, 투약된 동물수는 계속 늘고 있다.
2022년 기준 동물에게 사용된 의료용 마약류는 2,576,085개다. 전년대비 14%가량 증가한 수치다. 동물당 처방량도 2019년 마리당 1.97개에서 2022년 2.73개로 증가했다.
종별로는 개에서의 사용량이 압도적이다. 개에 처방된 마약류는 지난해 227만여개로 전체 동물 마약류 처방량의 88%를 차지했다. 고양이에서의 처방량은 28만여개에 그쳤다.
가장 널리 쓰이는 마약류 졸라제팜·틸레타민
가장 많이 쓰이는 마약류 페노바르비탈
‘주사마취’ 졸라제팜·틸레타민+케타민 처방 감소세
동물에서 사용되는 마약류의 효능군은 크게 ▲마취제 ▲진통제 ▲진해제 ▲최면진정제 ▲항뇌전증제 ▲항불안제로 분류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들 효능군 각각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된 마약류는 페노바르비탈, 가장 많은 동물병원에서 쓰는 마약류는 졸라제팜·틸레타민인 것도 지난해와 같다.
페노바르비탈은 지난해 187만개가 처방돼 단일 성분으로는 최다 사용량을 기록했다. 일회성이나 단기적으로 사용되는 마취제·진통제와 달리, 반려동물의 뇌전증을 치료하기 위해 장기 투약이 불가피하다 보니 사용량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졸라제팜·틸레타민은 지난해 1,815개 동물병원에서 사용돼 가장 보편적인 마약류 성분이다. 하지만 2020~2021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졸라제팜·틸레타민 처방량은 2021년 3만개에서 2022년 2만3천개로 20% 넘게 감소했다. 처방하는 수의사 수도 2020년 2,350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2,142명까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흡입마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사마취에 주로 사용되는 졸라제팜·틸레타민과 케타민(인체용·동물용 포함)을 합한 처방건수는 지난해 35만6천건으로 전년(37만6천건)보다 줄었다.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됐던 동물병원 펜타닐 패치 처방은 2022년에도 전년대비 증가세를 유지했다. 전년보다 펜타닐 패치를 처방한 수의사도 늘었고(408명→481명), 사용량도 14% 늘어난 1만5천여개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사람에서의 펜타닐 패취 처방건수는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기준 101만건이 처방돼 308만개가 쓰였다. 사용 규모 측면에서 동물병원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