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0년 안에 1500개 폐업? 인구 감소에 따른 동물병원의 미래 : 양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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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E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서 당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8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은 인터뷰이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 말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EBS DOCS

지난 2020년 우리나라는 총인구 5,184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감소 시대’로 공식 진입했으며,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의 여파는 산부인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 연령대가 낮은 인구와 밀접한 업계부터 차례차례 강타하며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2040년이면 지방 소재 대학의 50%는 신입생을 받지 못해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죠.

이러한 사회적 위기의식 속에서 통계청은 5년 주기로 발표하던 장래인구추계의 발표 주기를 2~3년으로 단축 변경하기로 하고, 변경 이후 처음으로 향후 50년간 장래인구추계를 공표했습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장래인구추계 :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는 등록센서스 방식의 인구총조사 결과와 최근까지의 인구변동요인인 출생·사망·국제이동 추세를 반영해 향후 50년간의 장래인구를 전망한 결과로, 이번 추계에서는 향후 출산력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 및 4차례에 걸친 학계와 연구기관 전문가 자문단 의견을 반영했다고 통계청은 밝혔습니다.

한편, 필자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와 행정안전부 인허가데이터의 결합 분석결과 7대 광역시 및 경기도에서 각 지역의 반려동물 보유가구수와 동물병원 개소수는 정비례하는 선형관계(로그-로그)를 가진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기고] 동물병원당 반려동물보유가구수, 서울 꼴찌·인천 1위).

그렇다면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라 예상되는 7대 광역시의 동물병원 연도별 개소수와 그 감소분은 얼마나 되는지도 추정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단순히 전체 총계를 계산하려면 현재 전국의 동물병원당 인구수를 구한 다음, 알고 싶은 미래 연도의 장래인구추계를 동물병원당 인구수로 나누면 됩니다. 2023년 기준 동물병원은 5,161개소이며 인구수는 51,325,329명으로 동물병원당 인구수는 9944.841명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72년 중위 추계 인구수는 36,222,293명이고, 이를 9944.841로 나누면 3,642이므로 50년 뒤 우리나라 동물병원은 3,642개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인구수와 마찬가지로 동물병원 규모도 약 29%가 감축되네요.

그런데 이런 산출방식에는 몇 가지 가정들이 깔려 있습니다. 첫째로 인구주택총조사상 ‘반려동물보유 가구수’와 ‘총 인구수’는 엄연히 서로 다른 통계량이기에 미래의 반려동물보유 가구수가 반드시 총 인구수를 따라 변동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둘째로 현재의 동물병원당 인구수 수준이 미래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만약 현재의 수의업 시장이 충분히 포화된 상태가 아니어서 동물병원당 인구수가 더 줄어든 상황에서도 동물병원이 지속 가능하다면, 미래에 총 인구수가 줄더라도 동물병원 개소수나 산업규모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겠지요.

통계청은 어디까지나 총 인구의 변동 요인을 고려해 인구 추계를 발표한 것이지 미래의 반려동물보유 가구수를 추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첫 번째 가정을 정면 돌파할 방법은 없습니다. 실제로 현재까지 조사된 통계를 보더라도 총 인구수는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총 가구수는 1인가구 증가로 인해 최근까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2021년에 총 가구수 증가율이 정점(2.61%)을 기록한 뒤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 추계 인구가 30% 가까이 감소하는 동안 가구수는 반대로 증가하는 추세가 계속되리라 기대할 순 없다는 점으로부터, 총 인구 감소에 따라 반려동물보유 가구수도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대전제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가정은 어떨까요. 현재 우리나라 7대 광역시들은 아직 동물병원을 더 수용할 여력이 남아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성장 한계 수준에 근접한 것일까요?

개인적으로는 향후 단기간 동물병원을 추가로 수용할 여력이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전체를 보면 총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동물병원의 순증 추세는 아직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병원당 인구수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광역시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추세를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여겨볼 만한 사례도 있습니다. 인구수 감소와 동물병원 개소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 병원당 인구수가 더 이상 감소하지 않는 지역이 있는데 바로 울산광역시입니다. 인허가데이터상 울산의 동물병원 개소수는 2018년 83개소로 정점에 이른 뒤 감소해, 2023년 현재 75개소로 5년간 9% 감소하였으며 같은 기간 병원당 인구수도 다른 지역과는 달리 14,000명 수준에서 조금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인구수는 1,155,623명에서 1,103,661명으로 약 4.4%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울산에서는 동물병원의 감소가 인구수 감소보다도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울산의 사례는 광역시에서 (가구수가 증가한다고 해도) 총 인구수의 감소가 동물병원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지역적 특성에 따라 병원당 인구수가 13,000명 이하로 내려가기 이전이라도 수의업이 성장 한계점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표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 2023년 현재 7대 광역시와 경기도를 포함해 병원당 인구수가 울산보다 많은 지역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다른 모든 광역시도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병원 개소수가 추세 반전하고 병원당 인구수가 정체하는 성장 한계점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논의에 어느 정도 동의하신다면, 광역시라고 해도 수의업이 양적 성장의 한계점에 닿았거나 닿기 직전이라는 전제 아래 현재 동물병원 경쟁강도(병원당 인구수)가 미래에도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는 두 번째 가정 역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지역별 병원당 인구수가 유지될 때, 총 인구의 감소에 따라 동물병원들이 얼마나 감소해야 하는지 인구 시나리오 및 지역(광역시+경기도)별로 추계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각각 적색, 회색, 청색으로 표시된 인구 시나리오(고위/중위/저위)는 통계청의 출생·사망·국제이동 모형에 의해 산출된 값입니다. 예상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 중간 시나리오,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나타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위 가정에서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2025년 0.65명까지 하락한 뒤, 2072년 1.08명 수준일 것으로 가정하고, 기대수명은 2022년 82.7세에서 2072년 91.1세까지 높아질 것으로 가정하고, 국제순이동은 2022년 155,000명 순유입에서 2072년에는 61,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가정합니다.

고위 가정의 경우 중위 가정을 기준으로 2072년 합계출산율이 1.34명, 기대수명은 92.2세, 국제순유입이 113,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가정한 것이며, 저위 가정의 경우 2072년 합계출산율은 0.82명, 기대수명은 89.7세, 국제순유입은 13,000명 수준에 그칠 때를 가정한 것입니다.

다만 데이터를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여기서 말하는 지역별 추계는 지역마다의 고유한 특성이나 인구 유출입을 별도로 고려해 산출한 것이 아니라, 국내 총 추계를 단순히 현재의 지역별 인구 비중에 따라 분배한 것입니다. 따라서 총인구 변동과 관련한 가정들이 모두 들어맞더라도, 미래에 지역 간 편차(ex.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 가속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동물병원 개소수는 더 빨리 혹은 늦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둘째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구통계학적 특성(ex. 유소년/학령인구, 노령인구, 생산가능인구와 비율 등)이 변화하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구 비율도 변화하고, 궁극적으로 동물병원 개소수나 지역별 성장 한계점도 현재의 수준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오직 총인구 변동만을 고려해 추계를 작성했습니다.

이러한 한계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래도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수도권의 경우 약 20년 뒤인 2040년대까지 급격한 수요 위축은 예상되지 않습니다. 물론 수도권이라고 해도 수의업이 성장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신규 개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개원가의 경쟁 압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만, 총 인구 감소 추세에 더해 인구 순유출까지 직면해야 하는 지방광역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현재 지역 간 인구 이동 상황을 고려하면, 지방광역시의 경우 추계보다 더 이른 시점에 수의업 수요 위축과 동물병원 폐업 증가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청의 인구 추계가 궁극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수도권이든 아니든 결국 미래에 굉장히 극단적이고 역사적인 어떤 사건이 발생해 우리나라 인구구조나 반려동물 양육 비율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20년 뒤에는 수의업 위축이 체감경기에 대한 여론이 아니라 데이터로 분명히 나타나는 현실이 되고, 50년 뒤에 이르면 현시점 기준 15~40%에 해당하는 동물병원은 사라져야 하는 수준의 위축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수의사라는 단위 직능이 국가 단위의 합계출산율이나 인구순유입에 극적인 변화를 만들긴 어렵습니다. 그러니 인구감소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진료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은 이제 다른 누군가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는 일이 아닌, 업계가 직면한 생존의 문제 그 자체로서 논의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고] 50년 안에 1500개 폐업? 인구 감소에 따른 동물병원의 미래 : 양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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