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 근생시설에 동물병원 개설 가능하다더니…“전 재산 날릴 뻔”
1종 근린생활시설 중 1종 전용주거지역에는 동물병원 개설 불가...주의 필요
“동물병원이 의료기관으로 인정받는 첫걸음”, “동물의료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첫걸음”
작년 9월, 동물병원 개설에 대한 건축분야 규제가 해소될 때 나온 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00㎡ 미만 소규모 동물병원 등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하여 입지가능 지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제1종 근린생활시설’ 입점 가능 업종에 바닥면적 300㎡ 미만 동물병원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2종 근린생활시설에만 개설할 수 있었던 동물병원도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처럼 1종 근린생활시설에 입점할 수 있게 됐다.
동물병원을 1종 근린생활시설에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규제 개선은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이 취임 이후 꾸준히 제안한 내용이다. 허 회장은 동물진료비 관련 토론회나 국회 인사를 만날 때마다 “동물병원의 1종 입점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1종 근린생활시설에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없는 규제가 동물병원 진료비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취지였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2022년 8월 국토교통부가 국토교통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동물병원의 1종 근린생활시설 입지 허용’을 중장기 개혁 과제로 포함시켰고, 이후 반년여 만에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A원장, 동물병원 이전 위해 1종 근린생활시설 상가 계약
계약 후 ‘동물병원 개설 불가’ 사실 알아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최근 동물병원 이전을 위해 상가와 건물을 알아보다가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발견했다.
해당 상가는 1종 근린생활시설에 있는 상가였다. 지난해 건축분야 규제 해소를 통해 ‘동물병원이 1종 근생시설에도 입점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던 A원장은 해당 상가를 계약하고 동물병원 이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상가에 동물병원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다. 제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지정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주거지역은 전용주거지역,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으로 구분되며 전용주거지역은 다시 제1종 전용주거지역, 제2종 전용주거지역으로 구분된다. 그중 1종 전용주거지역은 단독주택 중심의 양호한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지역으로, 건폐율 50% 이하, 용적률 50% 이상 100% 이하 지역을 의미한다.
동물병원이 1종 근린생활시설에 개설할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개정됐지만, 그럼에도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는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 전용주거지역 중에서는 제2종 전용주거지역에만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1종·2종 전용주거지역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전용주거지역에 ‘개설 가능’하다고 나와있었기 때문에, A 원장도 1종 전용주거지역에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지 못했고, 자칫 큰 재산을 날릴뻔했다.
현장의 이 같은 혼란이 야기된 가장 큰 원인은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 건축가능한 건축물이 다른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동물병원 입지 가능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런데, 제1종 전용주거지역 건축가능 건축물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시행령으로 규정한다.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보면,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에 동물병원이 없다.
결국, 바닥면적 300㎡ 미만 동물병원은 규제 해소로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 전용주거지역(2종), 일반주거지역에 병원을 개설할 수 있게 됐지만, 1종 전용주거지역에는 여전히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 주의가 필요하다.
“저렴한 1종 전용주거지역에 입점하지 못한다면, 무엇이 바뀌었는지 의문”
A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이 바뀌어서 동물병원도 1종 근생시설에 개설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제1종 전용주거지역의 경우 개설할 수 없다”며 “(1종)전용주거지역의 상가 임대료나 건물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알아보게 됐는데 계약 단계에서 문제가 생겨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는 일이다. 많은 수의사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 같아 정리가 필요하다”며 “1종 전용주거지역이 저렴하기 때문에 동물병원 개설이 가능하다면 큰 장점이 될텐데, 어차피 개설하지 못한다면 (규제해소 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뀐 건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