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없는 의약품 구해 진료한 동물병원, 약사법 위반 처벌 피했다

수의사 출신 김홍천 변호사, 전북수의사회 연수교육서 관련 판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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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에서는 동물 환자 진료를 위해 국내에 없는 약을 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와 관련해 동물병원 수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국내에 허가받지 않은 약을 들여와 처방·판매했어도 해당 수의사가 ‘수입을 업으로 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허가 의약품 수입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나왔다.

수의사인 김홍천 변호사(법무법인 기세)는 2월 20일(목) 전주 라한호텔에서 열린 전북수의사회 연수교육에서 연자로 나섰다. ‘사례로 보는 수의사 진료 관련 법률’ 강의를 진행하며 해당 판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전북수의사회 연수교육에서 수의사 진료 관련 법률과 판례를 소개한 김홍천 변호사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2018년 7~9월경 국내에 의약품 수입업 신고 및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일본의약품 B제제 1상자를 동물에게 처방하여 판매하고, 마찬가지로 국내에 허가 받지 않은 중국의약품 C제제 7상자를 판매할 목적으로 저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등의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는 식약처장에게 수입업 신고를 해야 하며, 품목마다 식약처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여야 한다(제42조 제1항). 이를 위반하여 수입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저장·진열해선 안 된다(제61조).

수원지법 성남지원의 1심 재판부와 수원지법 2심 재판부 모두 A원장이 이 같은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며 벌금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약사법 제42조 제1항을 위반하여 수입된 의약품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피고인(A원장)이 ‘의약품의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로서 이 사건 의약품(B제제 및 C제제)을 수입하였는지’에 관해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문제가 된 약사법 제42조 제1항이 ‘의약품등의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를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면서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홍천 변호사는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 A원장이 ‘의약품의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인지를 살폈다고 전했다. 진료 목적으로 이들 약품을 들여왔을 뿐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가 아니라고 판단해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례는 대법원까지 거친 만큼 향후 유사한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품목허가 또는 신고되지 않은 의약품을 들여왔다 하더라도, 동물병원 수의사가 직접 진료해서 처방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등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로 보기 어려울 경우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선 원장들이 해외에서 본인의 진료 목적으로 소량의 의약품을 구해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다만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가 맞는지 여부는 사안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관세청이 동물용의약품 10억원 상당을 밀수입해 다른 수의사 등과 온라인으로 거래한 수의사를 검찰에 넘겼는데, 이와 같은 경우는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에 해당될 소지가 큰 셈이다.

김홍천 변호사는 “해당 판결은 형법상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확장해석금지 원칙이 적용되므로 피고인이 약사법 제42조 제1항의 의약품등의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로서 이 사건 의약품을 수입하였는지 심리하였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천 변호사는 “업으로 한다는 것은 같은 행위를 계속하여 반복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반복성, 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 그 목적이나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한다”면서 “같은 행위를 반복 계속한 경우는 물론, 반복 계속할 의사로 그 행위를 하면 단 한 번의 행위라도 이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없는 의약품 구해 진료한 동물병원, 약사법 위반 처벌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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