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보호자 수 만명에게 동물잡지 배포하는데 수의사는 뭐하고 있나?

애니팜 7호 발행..케이펫페어 현장에서 보호자 수 만명에게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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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정보원과 동물약국 약사들, 그리고 애니멀매거진이 주도하여 만든 ‘동물약국 매거진 애니팜(ANI+PHARM)’ 7호가 발행됐다.

해당 매거진은 애니멀매거진(Animal Magazine)의 ‘매거진 속 매거진’ 형식으로 발행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올해 4월호까지 월간 형태로 발행 중이다.

발행인은 양덕숙·임진형, 편집인은 권오윤 애니멀매거진 대표가 맡았으며, 발행처는 약학정보원과 대한동물약국협회다. 매거진의 부제는 ‘반려인이 꼭 알아야 할 의약품정보 애니팜’이다.

이번 7월호에는 ▲심장사상충 예방약, 왜 6~8주령 강아지부터 투약할까요?(임진형 약사) ▲개옴(SCABIES)은 사람에게도 전염될까요?(임진형 약사) ▲내부구충제, 올바르게 복용시키고 계신가요?(임진형 약사) ▲지식인 이웅종에게 물어봐(이웅종 소장) ▲홍역, 파보, 코로나 난황유래항체가 함유된 정장제 OOOO(대한동물약국협회) 등 5개의 콘텐츠가 실렸다.

임진형 약사는 심상사상충 예방약 글에서 “심상사상충 약은 예방이 아니라 현재 피부와 체내에 전염되었을지 모르는 충을 죽이고, 기존의 충들이 발육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살충계 약물”이라며 “너무 어린 연령에서 하트OO, 레볼OO 등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투여하는 것은 심장사상충 위험도가 높은 곳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반려견이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 도포하도록 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개옴 글에서는 “개옴은 사람에게 일시적으로 손가락, 허리둘레, 팔꿈치, 무릎 등에 전염되기도 한다”며 “질병의 진단과 의약품 사용은 전문가의 영역이니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지 말고 꼭 전문가와 상담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12월 호에서는 “기타 자세한 상담은 가까운 동물약국을 검색하셔서 친절한 약사님들과 함께 하시길 바란다”는 표현을 썼지만 이번 호에는 “전문가와 상담하길 바란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내부구충제 관련 글에서는 “대부분의 동물보호자들이 내부구충제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너무나도 가격이 저렴해서 이윤이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 많은 판매자들(수의사, 도매상, 약사)은 그동안 외부구충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뿐이었다”며 “인수공통기생충의 감염 우려가 있는 만큼 내부구충제야 말로 꼭 필요한 약 중에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 외부구충제만 챙기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웅종에게 물어봐 섹션에서는 서열문제, 짖는 문제, 강아지 사이의 관계문제 등 보호자들의 질문에 대한 이웅종 소장의 답변이 담겼다.

마지막 글은 국내 동물용의약품 제조사의 한 제품에 대한 소개 글이었다. 해당 소개 글에는 ‘대한동물약국협회는 의약품의 전문가인 약사들로 구성된 동물약국 협의체로서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및 유통 정상화, 안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합니다’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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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팜 7호가 포함된 애니멀매거진은 지난 주말 SETEC에서 개최된 케이펫페어(대한민국펫산업박람회) 현장에서 관람객 및 참가업체에 배포됐다. 권오윤 애니멀매거진 대표가 직접 잡지를 카트에 싣고 다니며 나눠줬다.

이번 케이펫페어는 역대 최다 관람객이 참석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틀간 수 만명의 반려동물 보호자가 다녀갔고, 많은 보호자들의 손에 이 잡지가 들려있었다.

많은 수의사들의 이 잡지의 글들을 보며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를 기만한다”, “인터넷에 널린 자료를 모아놨을 뿐이다” 등이라며 걱정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걱정에 앞서 ‘과연 수의사들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정보에 대한 갈증을 어떻게 풀어주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의사는 동물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이며, 이것은 국가에서도 ‘수의사 면허’를 줌으로써 인정한 사실이다. 면허를 통해 수의사에게 고유의 권리를 허용한 것이다.

과거의 전문직은 ‘지식의 독점’이라는 큰 특성을 지녔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정보의 ‘탈전문직화’가 진행 중이다.

오용관 전남대 수의대 교수는 28일(토) KAHA 총회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을 주제로 강의하며 “과거에는 전문적인 교육기관, 법적 면허제도, 전문인들끼리만 통하는 용어 등으로 지식의 독점이 가능했으나, 이제 지식은 탈전문직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전문가들은 더 전문화된 영역을 찾는데, 더 깊은 전문화를 추구할수록 일반화로부터 멀어지게 되며, 일반적으로 돌아올 수 없어진다. 그런데 일반인들을 그것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이것이 전문직의 딜레마”라고 전했다.

점차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고, 정보를 독점하려는 행위는 오히려 수의사와 보호자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케이펫페어에 참가한 한 반려동물 업계 관계자는 “많은 수의사들이 잘못된 정보의 유통을 걱정한다. 잘못된 정보는 당연히 바로잡아져야 한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과연 제대로 된 정보를 보호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수많은 수의사 단체가 계속 생기고 있는데, 수의사 단체에서 이러한 잡지를 만들어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배포한 적이 있나? 내 기억에는 없다”고 말했다.

불법 진료, 의약품 불법 유통, 잘못된 정보 제공, 수의사 폄하, 자기진료 조장 등 동물약국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가 있다. 그런 문제는 비판받아야 마땅하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수의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약사들,보호자 수 만명에게 동물잡지 배포하는데 수의사는 뭐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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