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악성 게시글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에 대하여 지난 칼럼에서 간략히 검토해 보았다.(보러가기)
요약해 보자면, 수의사들이 악성글에 모멸감을 느끼고 게시자를 고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검사가 기소 처분을 내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며, 그 이유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의사로서 자신 또는 동물병원에 대한 악성 게시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악성 게시글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인터넷은 역사상 존재했던 그 어떤 매체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정보를 전파하기 때문이다.
해당 악성 게시글을 항구적으로 삭제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 등’이라 한다)’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삭제 등’은 침해사실이 명백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때문에 먼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4항에 의한 ‘임시조치(notice and takedown)’를 이용해야 한다.
‘임시조치’는 해당 게시글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블라인드 조치를 말한다. 30일 동안 유지되는 한시적인 조치다.
이를 통해 게시글의 확산을 막고 2차적 손해를 막을 수 있다. 기간이 30일로 한정되어있기는 하지만, 그 시간이면 어지간한 악성 게시자의 게시글을 막기에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자.
다음으로는 악성글 게시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기존 악성 게시글을 정식으로 삭제하고, 사실관계에 착오가 있었다는 글을 게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좋다.
신속하게 ‘임시조치’를 통해 게시글을 ‘블라인드 처리’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수백 명 내지는 수천 명의 보호자들이 악성 게시글을 보았을 것이다. 이들은 해당 악성 게시글이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동물병원에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볼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악성글 게시자에게 직접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만약 내용증명을 통해 이러한 목적이 달성된다면 악성 게시글로 인한 부작용은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악성글 게시자가 수의사의 내용증명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거나 오히려 추가적인 악성글을 게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수의사는 민사적 대응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의 지급(민법 제751조)’ 및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민법 제764조)’을 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여야 한다.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의 액수’는 명확한 기준을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의 고통, 피해자·가해자의 연령, 피해자·가해자의 직업 및 사회적 지위, 가해자의 고의·과실, 피해자·가해자의 구체적 사정, 게시글 이후의 사정(가해자의 태도), 게시글의 동기·목적, 명예훼손사실의 내용, 명예훼손사실의 진실성·상당성의 정도, 명예훼손사실의 유포범위 및 정보전파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자료의 액수를 산정하고 있다.
실무적으로 위자료는 300만원에서 3,000만원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수의사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고자 하는 의도보다는 경고나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로 소송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억대의 위자료가 인정된 경우도 드물게 존재하는 만큼 악성글 게시자에 대한 민사소송은 게시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충분한 효과가 있다.
법원은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의 적당한 처분’을 명하기도 한다.
종래 법원은 이러한 처분으로 신문에 ‘사죄광고’를 할 것을 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양심의 자유 및 인격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이후 ‘사죄광고’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해 졌다(헌재결 1991. 4. 1. 선고 89헌마160).
따라서 수의사는 사죄광고의 대안으로 법원에 손해배상과 함께 사실관계의 정정글 게시 등을 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악성 게시글에 대한 민, 형사상 대처방법을 살펴 보았다.
악성글 게시자를 섣불리 고소했다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가슴앓이를 하지 말고, 임시조치나 내용증명을 통해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민사적 대응에 적극 나서 사실관계를 정정하고 위자료를 받아내는 쪽이 더욱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