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찬의 Good Vet Happy Vet⑥] 과잉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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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yechan 300

우리는 일반적으로 ‘과잉진료’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진료가 내원부터 치료종료까지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면 과잉진료는 또다시 과잉검사(overtesting), 과잉진단(overdiagnosis), 그리고 과잉치료(overtreatment)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Case 1. 과잉검사

과잉검사는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어떠한 수의학적 근거 없이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동물을 진단하는 수의 임상에서는 진단검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적절한 검사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비록 많은 검사는 주치의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종종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검사는 환자에게 재정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안겨줄 뿐 아니라 검사 과정 자체가 환자를 위험 요소에 노출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한다.

수의학에서는 “아무거나 걸려라”는 식의 산탄총 검사(shotgun diagnostics)를 표준으로 보지 않는다. 체계적으로 국소화(localization)해 나가며 필요한 만큼의 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 이상적인 진료 과정일 것이다. 과잉검사와 관련된 아래 가상의 케이스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9년령 페키니즈

보호자는 반려견이 뚜렷하게 통증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으나 예전과 다르게 활력이 없고, 가끔 이유 없이 떨면서 어딘가 불편해하는 것 같다고 호소하였다.

주치의는 명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보호자에게 흉복부 방사선촬영, 사지 방사선촬영, 두부·경추부·요추부 MRI촬영 및 전신 CT촬영, 심장초음파 검사와 복부초음파 검사, 심전도검사와 혈액학적 검사를 권하였다.

모든 검사 결과 경미한 경추 디스크 돌출과 경미한 뇌실 확장 소견 외에는 특이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두 소견 모두 임상증상과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주치의는 보호자에게 경추 IVDD와 뇌수두증을 설명하고, 환자에게 이뇨제와 스테로이드, 간보조제를 처방하였다.

영상진단과의 수의사가 너무 많은 영상검사에 대하여 주치의에게 항의하자, 주치의는 이렇게 답하였다.

주치의 : “검사결과로 환자상태를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었고, 보호자도 만족했어요. 나도 보호자에게 설명을 더 잘할 수 있어서 좋았고, 병원의 수익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뭐가 문제인가요? 그냥 선생님이 일하기 싫은 것은 아닌가요?” 

이 케이스의 경우, 과잉검사가 주된 문제이지만 과잉진단과 과잉치료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증상과 검사판단, 검사소견과 진단, 진단과 처방 사이에서 수의학적인 타당성을 찾기 어려운 것이 그 이유이다. 환자의 증상에서 왜 저렇게 많은 검사가 지시되는지 납득하기 어렵고, 또 진단적 소견은 임상증상과 유의성이 있는지 연계가 부족하며, 처방된 약물 역시 필요성에 의문이 들뿐 아니라 광범위한 효능을 가지며 큰 리스크가 없는 불확실한 처방이다.

이 케이스의 주치의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진단검사 및 치료의 필요성과 한계, 검사 결과의 불확실성에 대해 보호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였는가?

– 검사 의도에 수의학적 필요성보다 재정적 이익이 고려되지는 않았는가?

– 보호자의 만족은 수의사가 유발한 불안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가?

– 이 과정에서 동물의 이익과 위험은 무엇인가? 

Case 2. 과잉진단, 과잉치료

과잉진단은 어떠한 상태가 병리학적 기준은 충족하지만, 그것이 증상이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나, 남은 생애 동안 해를 초래하기에는 너무 낮은 가능성을 가지고 진행되는 상태를 질병으로 진단하는 것을 말한다. 의미상 오진(misdiagnosis)이나 위양성(false-positive)과는 일반적으로 구분된다. 사람에서는 건강관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쉬워진 의료 접근성, 진단 장비의 발달이 역으로 과다한 이상 소견 검출(overdetection)과 질병의 경계를 넓히는 정의 확장(overdefinition)으로 인한 과잉진단을 초래하고 있다.

과잉치료는 진단 이후의 관련 치료가 환자에게 이익을 줄 가능성이 작을 경우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과잉진단은 과잉치료로 이어지기 쉽다. 불필요거나 너무 이른 예방적 절제나 시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불필요한 항암치료, 의존성 진통제나 항생제 같은 약물의 남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는 환자를 불필요한 부작용과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할 뿐 아니라, 보호자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경제적 자원을 낭비한다. 또한, 직군 전체에서 만연하게 되면, 그 직군 전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의 상황을 보며 생각해보자. 

중성화수술을 위해 내원한 8살의 암컷 코카 스파니엘

중성화 수술 전 난소와 자궁의 상태를 보기 위해 스크리닝 검사로 복부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였다.

비장에서 직경 1cm 이하의 여러 개의 결절(nodule)과 초기 담낭점액종을 고려할 수 있는 경미한 변화소견이 관찰되었다.

주치의 : “나중에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기왕 수술하는 김에 비장과 담낭을 다 절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절제해도 살아가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어요.”

진료상황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수의사가 진료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우위를 가지게 된다. 때문에 수의사의 판단과 의견은 보호자의 의사결정에 매우 크게 작용한다.

과잉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그 진단이 과연 과잉진단인지 아닌지는 진단을 내리는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이 케이스의 경우처럼 검사소견이 종양처럼 죽음까지 예상되는 심각한 질병을 고려해야 할 때는 무엇이 타당한지 판단하는 데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조그만 결절을 암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도 그렇지만, 혹은 놔뒀다가 더 심각해지는 경우에도 수의사의 순간적인 판단이 환자의 생애와 그 보호자의 일상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

이 케이스에서 경우 방어적 진료 차원에서 절제를 권했을 수도 있고, 혹은 정말 재정적 이익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수의사들은 비장의 양성 결절은 상당히 흔한 경우이고, 담낭의 영상은 불확실하므로 당장의 절제보다 조금 더 follow-up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과잉진단과 관련하여 최근 필자가 공감한 글이 있었는데, 골자는 사람들이 ‘건강한 상태’와 ‘아픈 상태’ 사이에 명확한 개념적 경계를 긋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모든 것을 수치화하여 10까지는 정상, 11부터는 비정상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에 신뢰감과 안도감을 느낀다. ‘참고범위(reference range)’ 안에 있어야만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모든 검사에서 아무 이상 소견이 없는 상태만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며, 또한 일반적이지 않은 소견이 있다고 하여 그 상태를 반드시 질병과 연결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의임상에서 과잉진료는 특히 진료비와 연관 지어 이슈가 되곤 하는데, 앞서 살펴봤듯 과잉진료의 원인이 꼭 재정적 이익을 추구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논문에 따르면, 과잉진료의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많은 검사가 질병을 진단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믿음

● 방어진료의 한 형태

● 지식이나 자신감의 부족

● 보호자(Client)의 기대에 부응

● 재정적 이익

흔히 보호자들은 예상보다 진료비가 많이 청구되는 경우, 이를 과잉진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과잉진료의 기준은 수의학적 타당성이기 때문에 실제 보호자가 과잉진료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은, 보호자가 느끼는 높은 진료비는 과잉진료가 아니라 ‘충분한 정보에 기반을 둔 사전동의(informed consent)’의 부재에 기인한다. 보호자가 진료 과정과 필요성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료가 진행되면서, 불필요한 과잉진료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맥락에서 수의사의 ‘설명의 의무’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는, 문제의 발단부터 결론까지 오로지 진료비 공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마도 수의진료의 VCPR(수의사-보호자-환자 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보호자가 적당한 가격의 것을 골라 구매하면 되는 것’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수의사가 정말 잘 설명하고 보호자가 명확히 알아야 할 핵심은 “이 수술을 할 건데 얼마에요”가 아니라, “왜 이 치료를 해야 당신의 반려동물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진료는 동물의 건강을 위해 수의사와 보호자가 최선의 선택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고, 진료비는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요소 중 하나이다. 이것은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으며, 단순히 진료비를 고지하고 써 붙이는 것이 신뢰 있는 VCPR을 만드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단편적인 면만 볼 것이 아니라, 수의진료의 질과 적정진료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와 시스템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렇다면, 과잉진료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나 표준 진료 프로토콜 등의 마련과 숙지가 필요하다. 사람의 예를 보면, 한국의 갑상샘암 빈도는 1999년부터 2008년 사이에 6.4배 증가하여 갑상샘 절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갑상샘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본질적으로 변화가 없어 너무 작은 병변까지 암으로 진단하고 절제하는 것 아니냐는 과잉진단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에 대하여 연구결과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결코 이것이 과잉진단이라 볼 수 없다는 반박 역시 일어나고 있다.

결국, 과잉진단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문적 타당성이고, 이러한 부분은 학계 차원에서 많은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쌓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많은 데이터가 쌓인다 하더라도 임상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은 워낙 다양하므로 적절한 수준의 진료를 판단하기란 언제나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학문적 데이터가 없는 부분에서는 수의사의 충분한 윤리적 고려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다른 수의사와 함께 그 진료에 대한 환자의 이익(benefit) 대비 비용/위험(cost/harm)을 논의하는 것 역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참고자료

“WVC 2016: Overdiagnosis and Overtreatment” http://skeptvet.com/Blog/2016/03/wvc-2016-overdiagnosis-and-overtreatment

Brodersen, John, et al. “Overdiagnosis: what it is and what it isn’t.” BMJ Evid Based Med (2018): 1-3.

Greenberg, Jerome, and Jonas B. Green. “Over-testing: why more is not better.” 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127.5 (2014): 362-363.

Eduardo Siguel. “A new definition of overdiagnosis, overuse, overtreatment compares the probabilities of alternative treatments with or without more diagnosis” The British medical journal https://www.bmj.com/content/351/bmj.h4534/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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