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에 이르는 칼리시` 고양이 고병원성 칼리시 바이러스 주의해야
국내 동물병원서 지난해 포착..보통의 칼리시와 다른 고열·황달·사지부종·피부증상
감염된 고양이가 폐사에 이르는 강력한 변종 칼리시 바이러스(FCV)가 국내에서 포착됐다.
일반적인 칼리시 바이러스와 증상이 달라 의심하기 어렵지만, 병원성이 강하고 전염력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동물병원 진단검사 의뢰기관 ‘팝애니랩’은 지난해부터 수도권 일부 동물병원으로부터 특이한 칼리시 바이러스 검사의뢰를 받았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상부호흡기 검체가 아닌 피부 스크래핑 검체에서 칼리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해당 검사를 의뢰한 박정훈 수의사는 “고양이 환자에서 원인불명의 폐사가 연달아 발생해 전염성 질환을 의심했다”며 고병원성 전신성 칼리시 바이러스(Virulent Systemic FCV)를 지목했다.
박정훈 수의사에 따르면, 고병원성 칼리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는 초기 고열과 식욕부진, 기력저하를 보이며 급성 염증수치인 fSAA가 치솟는다.
이후 3~7일이 경과하며 원인미상의 황달이 발생하고 사지부종으로 이어진다. 부종 병변부에서는 궤양성 피부염 등 피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천두성 팝애니랩 대표는 “일반적인 칼리시 바이러스는 상부호흡기에 주로 국한되고 바이러스혈증을 일으키더라도 짧은 반면, 고병원성 칼리시 바이러스의 바이러스혈증은 더 강력하고 간을 포함한 전신 장기의 부종과 염증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백신 이력 있는 고양이에서도 발병..조기 포착이 핵심
박정훈 수의사는 지난해부터 고병원성 칼리시 바이러스로 확진됐거나 강하게 의심된 고양이 환자 14마리의 특징을 올해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 2019)에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환자 14마리 중 11마리에서 백신접종 이력이 확인됐다. 이중 8마리는 통상적인 방어기간으로 여겨지는 3년 이내에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돼, 종합백신의 고병원성 칼리시 바이러스 방어능은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환자의 연령대나 품종, 성별은 다양해 별다른 특성(signalment)은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어떤 고양이든 고병원성 칼리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러스 감염병인만큼 치료는 수액이나 2차 감염을 예방할 항생제, 면역증진요법을 사용하게 된다.
박정훈 수의사가 보고한 환자 14마리 중 8마리가 사망하거나 안락사됐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거나 가벼운 증상만을 보인 개체는 조사에서 제외된 만큼 폐사율이 과도하게 측정됐을 여지는 있지만, 고병원성 전신성 증상을 보인 개체의 폐사율은 50% 이상인 것으로 판단된다.
박정훈 수의사는 “고병원성 칼리시 바이러스는 전염력, 병원성이 크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의심환자를 빨리 포착해 검사하여 신속한 격리 등 2차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양이 입원 환자끼리의 전염은 물론 병원 직원을 통한 원내 전염도 보고되어 있는 만큼, 칼리시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 있는 락스 소독과 2~4주간의 병동 폐쇄 등 적극적인 차단방역이 필수적이다.
천두성 대표는 “지난해보다 올해 고병원성 칼리시 바이러스가 진단된 케이스는 줄어들었지만, 칼리시가 워낙 변이가 심한 바이러스라 또다시 강독주가 출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수의사에 따르면, 얼굴이나 사지에 부종 및 궤양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병변부 스크래핑 검체에서 칼리시 바이러스 유전자가 100% 검출됐다. 통상적인 상부호흡기 검체(인후두)나 혈액 샘플보다 더 높은 진단율을 보였다.
박정훈 수의사는 “고양이 환자에서 원인불명의 고열과 식욕부진, fSAA 증가, 얼굴 및 사지의 부종, 빌리루빈 수치 증가 등의 임상증상이 나타날 경우 고병원성 칼리시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며 “입원 중인 고양이 다수에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칼리시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사지 및 두부부종 및 궤양 등 피부병변이 동반된 경우 스킨 스크래핑 검사를 통한 칼리시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가 추천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