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개에서 SFTS 나오는데‥원헬스는 말로만?
부천 개 환자서 1월 SFTS 검출..SFTS로 입원치료 받은 임상수의사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겨울임에도 SFTS에 감염된 개가 발견됐다. 일선에서 SFTS로 입원치료를 받은 임상수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동물병원의 주의가 요구된다.
겨울에도 진드기 매개 SFTS 피할 수 없다
경기도 부천 야산 인근에서 지내던 2년령 수컷 믹스견 순이(가명)가 부천 고강동물병원에 내원한 것은 1월 11일이다.
김동후 고강동물병원장은 “고열, 식욕부진과 함께 높은 CRP 수치를 보였다”며 “혈액검사에서 미약한 혈소판 감소증을 보였고 야산 인근에서 지낸 환자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SFTS 검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SFTS 세미나에서도 혈소판감소증과 함께 발열, 식욕부진, CRP 수치 상승이 반려견 SFTS 환자의 주요 의심증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순이의 혈액 검체는 서울대 채준석 교수팀에서 진행한 정밀검사에서 SFTS 항원 양성 반응을 보였다. 겨울임을 감안해 두 차례에 걸쳐 검사를 반복했지만 모두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채준석 교수는 “겨울이라고 진드기 매개질환이 아예 없지는 않다. 기존에도 사냥개처럼 야외활동이 많은 개체는 1~2월에도 진드기에 물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채준석 교수팀은 국내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SFTS 의심환자에 대한 검사의뢰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채 교수팀이 SFTS 양성으로 진단한 반려견만 5건이다.
채준석 교수는 “겨울철이라도 진드기 노출을 의심할 수 있는 병력이 있거나 혈소판 감소, 간수치 상승, 고열, 식욕부진, 소화기·호흡기 증상 등 SFTS 가능성이 있는 환자라면 반드시 검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동후 원장에 따르면, 15일까지 내원하며 대증치료를 받은 순이는 활력을 회복하고 혈소판 수치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채준석 교수팀과 김동후 원장이 순이와 같은 곳에서 머물던 개들 중 의심증상이 있는 개체를 대상으로 추가 항원검사를 벌였지만 음성으로 나타났다. 감염 이력을 가늠할 항체검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동물→사람 전파 우려 높아지는데..원헬스는 말로만?
동물 SFTS 환자에서 사람으로의 전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동물과의 접촉이 잦은 보호자나 수의사가 요주의 대상이다.
일본 학계에서는 지난해 고양이에서 수의사로의 SFTS 직접 전파 케이스가 보고됐다. SFTS로 입원치료를 받은 20대 남성 수의사가 증상 3주 전부터 SFTS 양성 고양이 3마리를 진료·부검했던 사례다.
국내에서도 심증은 쌓이고 있다. 2018년 부산에서 SFTS로 사망한 80대 환자가 기르던 반려견에서 SFTS 항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채준석 교수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의 원장이 SFTS로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이환 며칠 전에 혈소판감소증이 심한 대형견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환자가 곧바로 사망했던 바람에 추적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채준석 교수는 “SFTS 의심환자가 있을 경우 수의사나 보호자가 전염 위험에 주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반려견은 물론 수의사 SFTS 환자도 지속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동물 환자 발생에 따른 주변인의 추가검사 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람의 경우 의료기관 의뢰로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이나 질병관리본부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하는데, SFTS 의심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할 경우에는 검사가 가능하지만 SFTS 양성 반려견에 접촉했다고 해서 무증상 의심환자를 능동적으로 검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SFTS 양성환자를 직접 진료한 김동후 원장도 접촉 후 3주 동안 발열, 소화기 증상 등 의심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스스로 주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는다.
채준석 교수는 “지난해 양성으로 진단된 반려견 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SFTS 검사를 연구목적으로 의뢰했지만 아직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감염경로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데 굉장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원헬스’는 말로만 강조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