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검사·처방 없는 약국 심장사상충예방약, 감염 못 막아
성충 감염 모른 채 심장사상충예방약 자가투약 지속..예방효과 없는 오남용
심장사상충예방약은 반려동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예방제제다. 어디서 사든 투약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동물병원의 관리 없이는 예방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본지 [동물 자가진료 부작용 공유센터]에도 최근 심장사상충예방약과 관련된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가 접수됐다.
지난 3월 4일 파악된 심장사상충예방약 오용 사례는 사상충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예방약을 먹인 전형적인 케이스다.
당일 경기도 광주의 A동물병원에 내원한 5년령 골든리트리버 ‘구름이(가명)’는 혈액검사에서 심장사상충 감염이 확인됐다.
보호자는 ‘구름이’가 어릴 때 입양한 후부터 지속적으로 약국에서 심장사상충예방약을 구입해 먹였지만 예방효과를 보지 못했다.
A동물병원장은 “애초에는 진드기 관련 주증으로 내원했지만 검사 과정에서 심장사상충 감염이 함께 확인됐다”며 “심장사상충 치료를 권했지만 보호자가 응하지 않고 더 이상 내원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심장사상충예방약은 심장사상충의 자충을 사멸하는 효과를 보인다. 이미 성충에 감염된 후에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국내 임상가는 물론 미국심장사상충학회(AHS)에서도 12개월 연중 예방과 매년 최소 1회 이상 감염 여부를 검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보호자 진술대로 ‘구름이’가 심장사상충예방약을 지속적으로 투약 받았다고 해도, 동물병원에서 감염 여부를 검사하지 않은 채 효과가 없는 약을 남용한 셈이다.
4월 3일에는 울산의 B동물병원에 아침부터 심한 구토 증상을 보인 반려견이 내원했다.
2년령 포메라니안 ‘레미(가명)’는 당일 새벽 1시경에 구충제와 심장사상충예방약을 복용한 후 아침부터 5~6차례 구토 증상을 보였다. 혈액검사 결과 췌장효소수치와 간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이 확인됐다.
레미가 먹은 심장사상충예방약은 보호자가 주변 약국에서 구입한 제제였다.
B동물병원장은 “초기 예방접종부터 꾸준히 내원했던 고객이었고 기존에 동물병원에서 심장사상충예방약을 처방받아 왔는데, 최근 지인 소개로 약국에서 약을 구입했다고 했다”며 “‘레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있다”고 전했다.
B동물병원장은 “진료 과정에서 췌장·간 손상과 연결되는 다른 의심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약 5개월전인 지난해 11월 ‘레미’가 내원했을 때 실시했던 혈액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면서 “보호자가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복용과 관련한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버멕틴+피란텔, 처방대상 지정 후보 올랐지만..약사예외조항 때문에 약국에서는 마음대로 팔 수 있어
약국에서 구입해 ‘레미’와 ‘구름이’에게 투약된 심장사상충예방약은 모두 이버멕틴+피란텔 성분의 제제다. 현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에서 제외되어 있는 성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상반기 중 개정을 목표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버멕틴+피란텔 제제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버멕틴+피란텔이 근시일내에 처방대상으로 지정된다 해도 약국에서는 지금과 다를 바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주사용 백신, 주사용 항생제를 제외하면 약국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수의사 처방 없이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처방대상약을 확대하는 한편, 이러한 약사예외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물 불법진료,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를 공유해주세요
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는 또 다른 이름의 동물학대 행위입니다. 자가진료를 실시하다가 동물이 사망하거나 위험에 빠진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동물 불법진료/자가진료의 위험성을 알리고, 동물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동물 자가진료 부작용 공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거나 자신이 겪은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를 공유하여 동물학대행위를 줄이고 동물들의 고통을 덜어주세요.
자가진료를 시도하다 부작용을 겪고, 뒤늦게 동물병원에 내원한 경우도 적극적으로 제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기사 내용은 ‘자가진료 제한을 통해 동물학대를 방지하고, 동물의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모든 언론사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