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반려묘에 항생제 주사 놨다가‥가슴 괴사에 신부전까지
보호자 ‘약국서 항생제·해열제 구입해 주사 놨다’ 진술..수의사 처방대상 지정된 아미카신
가정에서 고양이에게 항생제와 해열제 주사를 직접 놓다가 괴사성 유방염과 급성 신부전까지 유발된 치명적인 불법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가 본지 ‘동물 자가진료 부작용 공유센터’에 포착됐다.
특히 해당 보호자가 약국에서 구매했다는 항생제는 아미카신(amikacin) 제제로, 이미 수의사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성분이다.
아직까지 수의사처방제가 현장에서 불법 자가진료를 막는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제보에 따르면, 2년령 암컷 페르시안 고양이 ‘라라(가명)’는 지난 3월 14일 새끼 고양이를 출산했다. 중성화되지 않은 동거묘로 인한 예기치 못한 임신이었다.
출산 후 라라가 유방염 증세를 보였지만, 보호자가 자가진료를 택하면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라라를 진료한 대구의 A동물병원장은 “4월 7일 라라가 내원했을 때는 이미 식욕절폐, 기립불능의 완전한 탈진상태였다”며 “심한 괴사성 유방염을 보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괴사성 병변으로 뒤덮인 유선에는 이미 화농이 가득 차 있었다.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만큼 이미 악화된 상태였다.
보호자는 주변 약국에서 항생제와 해열제를 구입해 일주일여간 매일 주사했다고 진술했다. 항생제는 아미카신, 해열제는 케토프로펜(ketoprofen) 성분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였다.
문제는 괴사성 유방염뿐만이 아니었다. A동물병원장은 “혈액검사 결과 라라는 심한 탈수와, 황달, BUN 및 인 수치의 증가를 보였다”며 “아미카신을 남용해 급성 신부전까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라라는 급성 신부전을 치료하기 위한 집중 입원처치를 받고 있다. 9일 본지와 접촉한 A원장은 “라라의 유선은 (괴사성 유방염으로 인해) 이미 회복불능상태에 빠졌다”며 “신부전이 교정되면 유선적출을 위한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아직 기립은 물론 식욕조차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보호자에게는 사망 가능성까지 고지된 상황이다. 그만큼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라라의 보호자가 구입한 아미카신 항생제는 이미 수의사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성분이다. 주사용 항생제인 아미카신은 약국에서도 임의로 판매할 수 없으며, 수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판매될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도 아미카신은 흔히 쓰이는 약물은 아니다.
수도권의 반려동물 임상수의사 B원장은 “아미카신은 신독성 등 부작용 위험이 있고 주사제제다 보니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은 아니다”라며 “항생제 내성 검사에서 아미카신 외에 달리 감수성을 보이는 약물이 거의 없을 때가 아니라면 거의 처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의 임상수의사 C원장도 “아미카신처럼 신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항생제는 혈액검사 등으로 신장 상태를 고려하면서 사용해야 한다”며 “특히 신장 문제가 다발하는 고양이에서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탈수 상태에서 투약하면 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개원가에서는 아미카신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쓴다 하더라도 입원환자나 내원환자에게 수의사가 직접 주사하는 형태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라라의 보호자가 수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아미카신 주사제를 구입해 직접 주사했다면, 이는 불법 자가진료일 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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