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탈모에 약국에서 산 스테로이드 연고로 자가처치‥더 심해져
약국서 구매한 연고 남용으로 접촉성 피부염..처방대상 지정된 약이지만 남용 못 막아
조그만 탈모 병변으로 시작된 반려견의 피부병이 약국에서 산 연고만 발라주다 오히려 악화된 부작용 사례가 본지 ‘동물 자가진료 부작용 공유센터’에 제보됐다.
동물의 피부나 눈에 바르는 연고 제제는 백신 주사 못지않게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스테로이드 연고조차 약국에서는 수의사 처방없이 임의판매할 수 있다 보니, 부작용 사례를 예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보에 따르면, 4년령 시츄 품종 반려견 ‘로미(가명)’가 목 아래쪽에 작은 탈모 증상을 보인 것은 올해 3월말이었다.
‘로미’의 보호자는 동물약국에서 스킨연고 제제를 구입해 약 1개월간 사용했다.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가 함유된 가축용 제품이었다.
하지만 피부병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해졌다. 처음에는 엄지손톱 정도의 작은 병변이었던 탈모는 주먹만한 크기로 커졌다. 양쪽 겨드랑이 부위에도 탈모 병변이 추가로 발생했다.
26일 ‘로미’를 진료한 서울 성북구 소재 동물병원의 A수의사는 “탈모병변의 크기가 보호자가 진술한 초기 증상에 비해 매우 광범위해졌다. 각질탈락도 심했다”며 “연고제제를 과용한데 따른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로미’는 과용한 스테로이드 연고제제를 곧장 중단하고 치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A수의사는 “접촉성 피부염이 워낙 심해 치료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약국이) 제대로 된 진단도 기초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가축용 연고를 권하고, 오남용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로미’의 사례처럼 침습적인 주사 외에도 반려동물들은 다양한 자가진료 부작용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연고제제는 주사보다 쉽게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많아 오남용될 위험이 크다.
피부질환의 원인에 맞지 않는 연고제제를 깜깜이로 선택하다 보니 잘해봐야 증상만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뿐 근본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동물병원의 관리없이 사용하다 보니 과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된다.
‘로미’의 보호자가 구입한 스킨연고는 스테로이드 함유제제로, 이미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으로 지정된 약품이었다.
약국은 주사용 항생제·백신이 아니라면 처방대상 약품이라 할지라도 수의사 처방없이 임의판매할 수 있는 ‘약국예외조항’의 구멍이 ‘로미’의 피부병을 악화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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