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강아지 이첨판폐쇄부전증 수술을 받았습니다˝
국내 최초, 체외순환·개심술 이첨판폐쇄부전증 수술 성공 사례
한 반려동물 보호자 커뮤니티에 반려견 심장 수술에 대한 글이 올라와 화제다.
‘우리나라에서 이첨판폐쇄부전증 수술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26일 게재된 글에 따르면, 10살령 수컷 말티즈 ‘장군이’가 8월 22일 수술을 받았고, 수술 6일 뒤인 28일까지 잘 유지되고 있었다.
흔한 심장질환이지만, 국내에서 수술 어려워
일본 방문 수술도 ‘코로나19’로 잠정 중단
퇴행성 이첨판폐쇄부전증은 소형견이 나이가 들면서 생길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심장질환이다. 9세 이상 반려견의 60%, 13세 이상의 반려견의 85%가 이첨판폐쇄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문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말티즈, 시츄, 요크셔테리어 등 소형견에서 흔히 진단된다.
반려견 이첨판폐쇄부전증 수술방법은 건삭재건술과 판막륜 성형술이다. 부분 혹은 완전단열된 건삭을 특수봉합사로 대체해주고, 확장된 판막륜을 작게 조여주는 방법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수술이 이뤄지지 않아, 보호자들이 반려견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수술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의 소동물 심장 수술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으며 현재까지 수천 건의 개심술 사례가 축적되어 있다고 한다. 여기에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도 반려동물 심장 수술센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개심술을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동물병원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장군이 보호자 A씨 역시 “일본에서나 가능할 거란 수술을 한국에서 받게 되어 경험을 공유한다”며 “저와 같은 수술을 고려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적었다.
A씨는 장군이가 8월 초에 ‘이첨판폐쇄부전증’ 및 ‘기대수명 2개월’ 진단을 받자 일본에서 수술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일본 방문 수술이 불가능하자 약물치료를 하려고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해당 병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A씨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수술이 아니고 선택은 저의 몫이었지만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동아줄 같았다”며 “아직도 입원 상황이고 혹시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성공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헬릭스동물의료센터 ‘헬릭스동물심장수술센터’에서 수술 이뤄져
국내 최초 체외순환·개심술 ‘이첨판폐쇄부전증 수술 성공 사례’ 될 수도
본지가 확인한 결과, 해당 수술은 헬릭스동물의료센터 송파점(헬릭스동물심장수술센터)에서 진행됐다. 수술은 김대현 헬릭스동물심장수술센터장이 맡았다.
김대현 센터장은 개심술 공부를 위해 국내 의과대학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하며, 여러 심장외과 전문의들과 심장 수술에 대한 연구와 술기 개발 등을 해오다 지난해 심장수술센터장으로 부임했다.
수술팀은 장군이의 심장을 완전히 정지한 후 좌심방 절개를 통해 판막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판막의 주요 건삭이 끊어져 있었다고 한다. 수술팀은 인공봉합사를 통해 건삭을 새로 만들어주고, 확장된 판막륜을 원래 크기대로 좁혀준 뒤 좌심방 봉합 후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을 확인하고 수술을 종료했다.
김대현 센터장은 “거의 심부전 말기에 가까워 수술에 대한 위험도가 매우 컸지만, 보호자와 충분한 상의 끝에 심장 수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술 직후 급성위험 단계는 지났으며, 보호자 면회가 가능한 상태다. 의료진은 조심스럽게 ‘국내 최초 반려견 체외순환(cardiopulmonary bypass)하 개심술(open heart surgery)을 통한 이첨판폐쇄부전증 수술 성공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대현 센터장은 “국내에서 이제야 (반려견 심장 수술이) 한걸음 내디딘 단계”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강아지, 고양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헬릭스동물심장센터는 1여년 전부터 심폐체외순환기를 도입하고 개심술이 가능하도록 인적, 물적 준비를 해왔다.
황정연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은 “김대현 센터장의 수의학에 대한 열정과 최고의 referral hospital을 목표로 하는 헬릭스 정신이 함께 만든 쾌거”라며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수의학이 더욱 발전해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반려동물 환자들이 잘 치료받고 보호자들과 함께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