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동물병원 진단검사 여전‥사각지대로 남은 정도관리 [1부]
정도관리 인식부족, 같은 시료에도 편차 큰 검사값 여전
동물병원 진단검사의 신뢰도를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관리’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외부정도관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동물병원의 참여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단검사 신뢰도 확보하기 위한 정도관리, 아직 물음표
정도관리는 진단검사의 정밀도(precision)와 정확도(accuracy)를 점검하는 활동이다. 진단검사의 건강검진인 셈이다.
같은 검체라도 검사를 실시할 때마다 다른 결과값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실제 환자의 검체를 여러 번 검사할 수는 없다. 한번 검사해 나온 수치를 신뢰할 수 있으려면, 평소에 점검을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도관리는 크게 내부정도관리와 외부정도관리로 나뉜다.
내부정도관리는 시약·기기의 관리부터 검사수행절차, 정도관리물질(컨트롤물질)을 활용한 자체 테스트 등 병원 내부의 수행능력을 점검하는 절차다.
외부정도관리는 일종의 시험이다. 외부로부터 결과값을 모르는 동일한 시료를 받아 검사값을 회신한다. 외부 주체는 참여 동물병원들의 검사값을 모아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병원과 동떨어진 검사값이 나온 병원은 ‘해당 검사과정에 문제가 있구나’라고 파악할 수 있다.
본지는 지난 2018년초 ‘동물병원 정도관리 사각지대’ 기획보도 3부작을 통해 국내 동물병원의 정도관리 실태를 조명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반이 지났지만, 동물병원 현장의 정도관리가 개선됐는지는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다.
나기정 교수팀 설문조사..동물병원 정도관리 활동, 인식 미흡 드러나
2019 외부정도관리 참여 병원 가운데 결과값 편차 큰 검사항목 다수 확인
충북대 수의대 나기정 교수는 지난해 8월 ‘동물병원 내 진단검사 정도관리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나기정 교수팀은 2019년부터 검역본부 의뢰로 ‘동물용 혈액검사장비 품질보증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설문조사에는 수의과대학 부속동물병원과 의뢰검사실을 포함한 78개 동물병원이 참여했다.
이중 매년 1회 이상 내부정도관리를 실시하는 동물병원은 58%에 그쳤다. 외부정도관리를 경험한 동물병원은 16%로 더욱 적었다. 나기정 교수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외에는 동물병원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도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도 드러났다. 참여 병원의 23%가 ‘내부정도관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외부정도관리를 모른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었다(55%).
나기정 교수는 “(병원 현장에서는) 사용자 관리가 미흡하고, 정도관리 되지 않은 검사수치를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검사값이 뭔가 이상하면 업체에 연락해 봐 달라고 하는 정도를 정도관리라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외부정도관리 결과, 검사값의 분포에 문제가 포착되는 경향도 여전했다.
나기정 교수팀이 2019년 10종의 검사기기 55개를 대상으로 외부정도관리를 실시한 결과, 일부 검사항목에서 높은 CV값(Coefficient of Variation, 변이계수)이 관찰됐다.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눈 CV값은 낮을수록 해당 검사항목의 검사값 분포가 조밀하고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가령 동일한 시료에 대해 같은 모델의 검사기기를 쓰는 다른 동물병원들의 검사값이 비슷할수록 이상적이다. 그럴수록 CV값도 낮다. 반면 이들 검사값이 천차만별이라면 CV값은 높아진다.
통상적으로 CV값은 10이하일 것이 권장된다. 하지만 나기정 교수팀 조사에서는 이를 넘긴 결과가 다수 나타났다.
검사기기 모델별로 참여 숫자가 적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지만, 정도관리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나기정 교수는 “현재 국내 동물병원 정도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소한 외부정도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부의 지원과 동물병원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9월 2일자 2부로 이어집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