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R·마당개 중성화·광견병 관납 전면 거부해야˝
이병렬 동물병원협회장 ‘수의사 직업윤리·권위 스스로 낮춰..상향조정 없다면 거부해야’
한국동물병원협회 이병렬 회장이 수의사를 착취하는 길고양이 TNR, 마당개 중성화, 관납 광견병 백신에 대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수술비 및 접종비 현실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면 거부 형태의 강경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렬 회장은 대한수의사회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다”면서 “언제까지 수의사의 권리를 포기하고 대답 없는 메아리만 외치는 바보수의사로 살아야 하나”고 토로했다.
TNR 12만원, 마당개 중성화 40만원, 광견병 접종비 5천원에 종속?
수의사 직업윤리, 권위 스스로 낮추는 행위
이병렬 회장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TNR, 중성화 예산이 제대로 된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길고양이 TNR의 경우 수술비는 대략 12만원선으로 책정되어 있다. 수술전 검사를 생략할 수밖에 없는데다 진찰, 수액처치, 통증관리, 술부소독, 약품비, 주사처치료, 마취비, 수술비, 인건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실제 동물병원 현장에서 반려동물을 수술할 때 책정되는 비용보다 턱없이 낮다. 안전에 필요한 검사를 축소·제외하거나 각종 조치를 생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의사에 대한 대가도 낮아 봉사와 희생이 강요되는 셈이다.
이병렬 회장은 “경제적인 이유로 의료행위가 아닌 단순 수술기술자 같은 행위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라며 “동물병원에서 일반 보호자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을 수의사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년부터 국비 지원이 시작되는 마당개 중성화수술 사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크면 30~40kg에 달하는 대형견 중성화수술을 30~40만원에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11월 서울·경기 소재 동물병원 54개소를 대상으로 중성화수술 비용을 조사한 결과 암컷 기준 평균 35만원선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조사는 5kg 미만의 소형견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중·대형견이 다수인 마당개에 그대로 반영할 수 없다.
이 같은 지원예산에 검사, 포획, 운반비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외부에서 생활하며 예방관리가 미흡한 경우가 많은 마당개는 심장사상충 등 기저질환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병렬 회장은 “최소한 (마당개의) 체중별로 수술비가 단계별로 책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납 광견병 접종비도 문제다. 이 회장은 “관납 접종비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5천원이다. 코로나19 백신은 병원에서 국가로부터 받는 금액이 대략 2만원”이라고 지적했다.
“마당개 중성화 사업부터 우선 대응해야”
이병렬 회장은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는 마당개 중성화 사업에 대한 우선 대응을 건의했다.
단가 현실화, 검사비용 반영 등을 지자체와 적극 협의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업 이행 거부를 불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마당개 중성화 사업 대응에 성과를 거두면 TNR과 관납 광견병 접종비 문제에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 각 지부의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지목했다. 어느 지역은 순응하고, 어느 지역은 반발하는 각개전투가 벌어지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병렬 회장은 “지부 차원에서 사업에 반대해도, (개인이) 수의사로서의 직업윤리와 동료의식을 철저히 외면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회원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지부에서도 관련 입장을 회원들에게 충분히 알려, 개별 회원이 함부로 신청하지 않도록 심사숙고하길 안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와 관련해 전국 지부수의사회와 산하단체의 반대의견과 참여의사를 오는 28일까지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