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사망한 반려견, 사전 검사·설명 미흡했다` 위자료 인정한 법원
진정 후 3안검 플랩 받고 사망한 반려견..일선 동물병원 ‘보수적 접근 필요’
반려견이 수술을 받다 죽은 경우, 동물병원 수의사가 사전에 검사와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0단독 재판부는 반려견 보호자 A씨가 B동물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0일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0년 반려견의 각막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의 B동물병원에 내원했다. 이에 B동물병원은 각막의 추가 손상을 막고 치유를 돕는 제3안검 플랩술을 권유했다.
하지만 A씨의 반려견은 B동물병원 담당 수의사가 진정제를 투여해 제3안검 플랩술을 시행한 직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사망했다.
원고 측은 B동물병원이 수술에 앞서 반려견의 혈압이나 심장·간 등 마취에 적합한 상태인지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고, 호흡곤란이 발생한 반려견에 대해 제대로 응급처치를 실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도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수의사가 수술에 앞서 반려견이 전신마취를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정상인지 여부를 혈압측정 등으로 확인했어야 함에도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동물병원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A씨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는 취지다.
응급처치 미흡과 관련해 B동물병원 측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동물병원이 A씨에게 위자료 2백만원과 반려견 장례비 등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측 소송을 대리한 한두환 변호사(법무법인 세림)는 “법원이 (동물병원 측의) 설명의무 위반과 의료과실 부분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의사법상 설명·서면동의 의무 없는 수술이라도..
‘보수적 접근해야’
특히 이번 판결은 현재 논의 중인 개정 수의사법상 중대진료행위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월 개정된 수의사법에 따라 7월부터는 수술 등 중대진료행위에 대해 진단명, 필요성, 방법, 전형적으로 예상되는 후유증·부작용, 소유자의 준수사항을 반드시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어떤 수술을 할 때 이 같은 법적 의무가 적용할 지는 농식품부령(시행규칙)으로 구체화된다.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방향은 ‘전신마취를 동반한 내부장기에 대한 수술’이다. 이번 사건처럼 진정 후 3안검 플랩을 실시하는 사례에는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본지 2022년 2월 24일자 ‘서면동의 의무 중대진료, 가격 게시할 진료항목 어디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의사는 주의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의사도 예상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해당 증빙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은 이유다.
한두환 변호사는 “분쟁 관련 문제를 예방하려면 가급적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사전 검사와 설명의 중요성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