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간 데이터분석:동물병원의 현실적 영향권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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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나 공간데이터를 기반으로 동물병원의 개원·경영 현황을 분석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지역별 동물병원의 개폐원 현황을 분석하는 데일리개원의 ‘개원입지를 찾아서’, 데일리벳 기고문인 지역별·개원시기별 생존율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공간데이터 기반 분석에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는데, 바로 원자료의 조사기준이 행정구역이기 때문에 분석내용도 행정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개폐원 동물병원의 수든, 인구/가구수든, 시군구/읍면동 단위로 집계된 원자료를 사용하다 보니 통계량을 산출할 때의 기준도 읍면동보다 작아질 수 없는 것이죠.

행정구역 중에서는 읍면동이 작은 단위이지만, 단위사업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읍면동의 평균 면적은 28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데요,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가로 세로 5km의 사각형 안에 있는 다른 모든 동물병원을 잠재적 경쟁병원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대단위 주거단지가 밀집한 서울시 일부 지역은 한 개 동에만 10만 명 이상의 주민등록인구와 10개소 이상의 동물병원이 영업중인 경우도 있습니다.

공간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입지 분석이 개별 동물병원 수준에서 의미 있으려면, 공간데이터와 결합되는 인구통계학적 데이터의 측정단위가 더 정밀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행정구역이 아니라 가로 세로 100m인 사각형 단위로 집계된 인구데이터, 동물병원 위치데이터, 지도를 모두 통합해 한 화면에서 다룰 수 있다면 어떨까요?

 

행정구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정밀하게 분석해보자

위 그림은 서울 시내 임의의 동물병원을 기준으로 직경 1km 이내의 인구 데이터(반투명한 격자)와 지도를 겹쳐서 시각화한 자료입니다.

대로를 따라서 형성된 주거지역의 분포, 그리고 단위 사업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거영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또 다른 서울 시내 임의의 동물병원 기준으로 반경 1km 이내의 인구 데이터(반투명한 격자)인접 동물병원(푸른 색 마커)을 시각화한 자료입니다. 주변에 영업중인 동물병원 8개소가 확인됩니다.

여기까지만 보셔도 추론할 수 있다시피, 데이터 분석기술을 통해 특정 위치에서 일정 반경을 영향권으로 설정하고 다른 동물병원이나 유관업종(동물판매업, 동물미용업, 동물약국 등) 현황, 배후지역의 인구수, 다른 사업체와 경합이 예상되는 인구밀집지역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활용례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위 그림은 서울 시내에서 남북으로 인접한 두 동물병원을 기준으로 반경 1km 이내 인구수를 히트맵으로 각각 시각화하고, 두 병원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경합지)을 따로 추출해 나타낸 것입니다.

편의상 북쪽(상단)에 위치한 동물병원을 A, 남쪽(하단)에 위치한 동물병원을 B로 칭하겠습니다.

주변에 두 동물병원 이외에 다른 병원이 없다고 가정하면, A와 B 병원 사이 경합지에 위치한 주거권역은 A 병원에게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B 병원의 권역에서 A 병원과의 경합지가 차지하는 인구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그림 좌하단의 빨간 점선 박스), A 병원의 권역에서는 B 병원과의 경합지만큼 인구가 밀집한 지역이 없기 때문입니다(그림 좌상단의 빨간 점선 박스).

 

동물병원의 현실적 영향력이 닿는 거리는

예를 들기 위해 반경을 1km로 설정했지만, 보호자는 동물병원을 선택할 때 주거지와의 거리가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대도시 주거밀집지역에는 동물병원 역시 밀집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km는 본격적인 정밀분석을 위한 적절한 단위반경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각 동물병원이 주거권역(혹은 상권)에 미치는 현실적인 영향력의 범위, 다시 말해 분석에 적당한 크기의 반경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서울시 동물병원의 개원 입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컨센서스를 받아들인다면,

1) 현재 서울시에서 영업중인 각각의 동물병원과 다른 모든 동물병원들의 거리 * 1/2 평균값의 평균 (평균거리를 고려한 가장 관대한 반경)

2) 현재 서울시에서 영업중인 각각의 동물병원과 다른 모든 동물병원들의 거리 중 최단거리 * 1/2의 평균 (최소거리를 고려한 가장 보수적인 반경)

사이 어딘가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2022년 3월 31일 서울시 데이터 기준으로 1)과 2)를 실제로 계산해 보면 위와 같습니다.

동물병원간 최소거리의 평균은 298m로 나타났습니다. 임의의 동물병원 1개를 중심으로 반경 300m짜리 원을 그리면 그 안에 다른 동물병원이 포함될 확률이 약 50%라는 뜻입니다.

 

공간데이터와 행정통계의 교차검증

여기서 잠시 반경 300m를 동물병원의 현실적 영향권으로 가정하는 것이 행정상 통계와 지나치게 어긋남이 있지는 않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2020년 조사상 서울시의 인구수는 9,506,778명, 가구수는 4,126,524가구, 가구당 가구원수 평균은 2.33명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3월 기준 영업중인 동물병원은 875개소입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개 동물병원당 10,864명(9,506,778/875), 4,726가구(4,126,524/875)를 커버합니다.

다시 공간데이터를 기준으로 모든 동물병원의 좌표에서 반경 300m짜리 원을 그린다음 그 안에 포함되는 인구수를 계산하면 평균 12,140명, 표준편차 4,077명, 중위값 12,398명입니다. 가구로 환산하면 12140/2.33(가구당 가구원수)= 5,210가구입니다.

여러 동물병원의 반경 내에 중복 포함되는 영역이 있음을 고려하면 행정상 통계와 우리가 다루고 있는 공간데이터가 그리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경 300m, 넓게는 500m를(부동산에서 흔히 ‘역세권’을 말할 때의 일반기준이기도 합니다) 1개 동물병원의 현실적 영향권으로 보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여태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서울시내 전체 동물병원 반경 300m와 공간데이터상 인구수를 시각화한 결과는 위와 같습니다.

가로세로 100m 격자가 너무 작아서 인구수에 따른 색 대비는 잘 표현되지 않습니다만, 동물병원의 지역적 분포와 영향권을 크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아이엠디티 데이터랩(iamdt d.LAB)은 벳아너스 얼라이언스의 EMR 데이터와 각종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물병원 경영과 반려동물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문의 hyde@iamdt.co.kr).

[기고] 공간 데이터분석:동물병원의 현실적 영향권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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