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삼척으로` 수의사 사칭하며 불법 약품 판매한 펫샵 덜미
MBC 실화탐사대 ‘애견숍 사장님은 수의사?’ 충북수의사회가 고발했지만 경찰 수사 지지부진
가짜 수의사 행세를 하며 불법 진료, 불법 약품 판매를 일삼던 강원도 삼척의 한 펫샵업주가 덜미를 잡혔다.
해당 업자는 충주에서도 펫샵을 운영하며 유사한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충북수의사회 수의사법·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삼척으로 옮겨 비슷한 행태를 반복했다.
14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삼척에서 일어난 가짜 수의사 사건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올 초 삼척에 펫샵을 연 업주 A씨는 주변에 자신을 수의사라고 소개했다. 청진기를 대며 ‘심장이 좋지 않다’고 하거나, 주사를 놓거나, 약품을 판매하는 등 수의사 행세를 했다.
하지만 A씨가 곧 연다던 동물병원은 아직 개원하지 않았다. A씨에게 약품을 구입했다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나왔다.
해당 업자는 강원도 삼척에 오기 전 충청북도 충주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수의사회가 A씨를 수의사법·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충주시 분회 총무를 맡고 있는 권혁진 원장은 “충주에서 문제가 된 것은 이미 4~5년 전부터”라며 “해당 펫샵을 다녀온 동물의 보호자들이 지역 병원에 피해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충주에서의 문제도 MBC 실화탐사대가 보도한 삼척에서의 행태와 유사했다. 수의사라고 주장하거나, 수의학을 공부 중이라거나, 동물병원을 차리겠다는 등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내세우면서 불법 진료·불법 약품 판매를 일삼는 방식이다.
권 원장은 “분회 차원에서 정말 수의사인지 확인해보려고 해도 협조를 하지 않거나 가명을 대기까지 했다. 결국 경찰에 고발하고 나서야 본명을 알게 됐을 정도”라며 혀를 찼다.
A씨의 불법 진료·매약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늘어났지만 고발은 쉽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도록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이뇨제 등 인체용 전문의약품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품을 구매, 심장병을 앓던 반려견에 먹였다가 사망한 사례까지 나와서야 고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충북수의사회가 지난해 5월 A씨를 고발했지만 아직도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A씨가 삼척으로 둥지를 옮겨 비슷한 문제를 다시 일으킨 셈이다.
권 원장은 “경찰이 빨리 움직여 처벌을 받았어야 더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아쉬움을 전했다.
MBC 실화탐사대 보도에서도 정용성 전 충주시수의사회장은 “법적으로 강력히 제재했다면 불과 수개월 만에 타지역에서 같은 일을 벌였겠느냐”면서 “법이 더 강력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A씨는 MBC 제작진에 ‘수의사라고 말한 적 없다’며 발뺌했지만, 결국 삼척시에서도 경찰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삼척시가 해당 펫샵을 조사한 결과 의약품을 판매한 약사법 위반 혐의를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