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술 시 설명 충분히 하지 않은 수의사, 위자료 배상해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동물병원 의료진에 30만원 지급 결정
반려동물 수술 시 보호자가 상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 수의사가 위자료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정결정이 나왔다. 수의사의 ‘설명의무’가 다시 한번 강조된 사례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변웅재)는 반려묘가 구개열 수술을 받은 후 오히려 크기가 더 커져서 흡인성 폐렴 등 중대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며 반려묘 소유자가 동물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동물병원 의료진에게 ‘위자료 3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수술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지 못해 보호자(소유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는 게 위원회 측 판단이다.
이 사건의 보호자는 약 2년에 걸쳐 2개 동물병원에서 총 6차례 반려묘 구개열 수술을 받았다. 이 중 2021년 6월에 수술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상태 악화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동물병원 측 주장 받아들여지지 않아
동물병원 의료진은 “수술동의서 작성 시, 수술 이후에도 피판(이식을 위하여 피하 구조에서 외과적으로 분리된, 혈관을 가진 피부나 다른 조직)의 허혈성 괴사, 조직손상 등으로 재발할 수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다른 병원에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구개열의 크기가 커진 적은 없었으므로 수술 후 크기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만약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면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보호자의 주장을 인정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정결정은 동물의료행위에 대해 동물 소유자의 자기결정권이 인정되어야 함과 동시에 의료진이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는 증명을 하지 못한 경우,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위자료 배상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만약, 위원회의 조정결정을 양측이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한편, 수의사가 동물진료를 할 때 지켜야 할 의무사항은 크게 2가지다(주의의무, 설명의무).
주의의무는 수의료행위 중에 마땅히 취해야 할 최선의 주의를 뜻한다. 의료과실이 대표적인 주의의무 위반이다. 설명의무는 보호자의 결정을 위해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그 위험성 등을 동물 설명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7월 5일부터 수술 필요성, 후유증·부작용, 준수사항 사전 설명 의무화
내년 1월부터는 예상 수술비도 사전 설명해야
이중 설명의무 준수가 법으로 강제화됐다.
올해 7월 5일 시행된 수의사법 개정안에 따라, 수의사는 마취를 동반한 수술을 하기 전에 보호자에게 ① 진단명 ② 수술의 필요성과 방법 및 내용 ③ 발생 가능한 후유증 또는 부작용 ④ 보호자 준수사항을 미리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내년 1월 5일부터는 여기에 ‘예상 수술비’까지 미리 고지해야 한다. 단, 응급상황이나 수술 중에 진료비가 추가된 경우에는 수술 후 ‘진료비 변경고지’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