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18%가 심장사상충감염, 공원 모기에서도 심장사상충 검출
동물위생시험소, 반려동물 질병으로 외연 확장..진드기 채집조사, 동물병원 내원동물 원인체 검사도
22일 소노벨 변산에서 열린 한국동물위생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질병조사도 다수 발표됐다. 기존 가축방역·축산물위생에서 개·고양이 질병 대응까지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주로 울산·대전·대구 등 축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도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반려동물 관련 조사연구를 수행했다. 그 가운데 경북동물위생시험소에서도 매년 유기견 대상 질병조사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경북지역의 심장사상충 감염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울산의 주요 공원에서 채집된 모기에서 심장사상충이 검출됐고, 대전의 주요 산책로에서는 SFTS·아나플라스마 등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를 보유한 진드기가 포착됐다.
‘질병 문제 있을 것 같아 유기동물 입양 주저’
경북 시험소, 관내 유기동물보호센터 정기 질병예찰 벌여
심장사상충 감염률 지속 상승 ‘주의’
경북동물위생시험소는 2019년부터 관내 유기동물보호센터 23개소를 대상으로 정기 질병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유기견 500마리의 혈액·비강·직장 검체를 확보해 심장사상충, 아나플라스마증, 브루셀라, 파보 등 질병 12종을 검사한다. 광견병 항체 수준도 검사 대상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조사한 1,502마리에서 심장사상충감염이 확인된 유기견은 271마리(18%)에 달했다. 2019년 13%에서 2021년 21%까지 증가추세를 보였다.
지알디아증(14.2%), 아나플라스마증(14%), 코로나바이러스(7.9%) 등의 감염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에를리히증(1.8%), 파보바이러스(2%)의 감염률은 낮았다. 디스템퍼, 인플루엔자, 브루셀라증은 3년간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광견병 항체양성률이 5%에 그친 것은 문제로 지목된다. 유실·유기된 동물이니 제대로 관리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너무 낮은 수치라는 것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경북동물위생시험소 김숭구 주무관은 “질병이나 행동문제 등이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이 유기견 입양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조사됐다”며 유기견 질병조사 사업을 도입한 취지를 설명했다.
연2회 정기 표본검사를 실시하는데, 심장사상충이나 파보바이러스 등 보호센터 내의 전염위험이 큰 질병이 검출될 경우 분리사육을 유도하기도 한다.
2019년 조사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질병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동물보호센터가 많았지만, 현재는 모든 유기견에 일제검사를 신청하는 시군이 생길만큼 관심이 높아졌다.
김숭구 주무관은 “지자체 직영이 아닌 위탁보호시설의 경우 질병 모니터링을 하고 싶어도 어려운 환경”이라며 “질병검사를 실시하면서 지자체가 보호센터 운영에 더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세종·울산서도 심장사상충, 매개체 전염병 관련 조사 연구
심장사상충, 진드기 매개 인수공통감염병 검출
세종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는 2021년과 2022년 여름 관내 동물병원에 내원한 개 247마리와 동물보호센터의 유기견 20마리를 대상으로 질병조사를 벌였다.
진드기 매개질병인 아나플라스마증, 라임병, 에를리히증의 항체와 심장사상충 항원을 검사했다.
그 결과 11마리(4.1%)에서 심장사상충이 검출됐다. 반려견(2)에 비해 유기견(9)에서 집중적으로 검출됐다. 검사대상 유기견이 훨씬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감염률이다.
울산보건환경연구원은 지역 모기에 심장사상충이 얼마나 감염되어 있는지를 조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모기의 주 활동기인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태화강국가정원, 대왕암공원, 여천천산책로, 신불산군립공원 등 울산지역 공원 4개소에서 모기 2,795마리를 채집했다.
이를 118개 풀(pool)로 나누어 심장사상충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18개 풀에서 양성이 검출됐다. 최소한 모기 18마리(0.64%) 이상이 심장사상충에 감염됐던 것이다.
실내사육견은 실외사육견에 비해 모기 접촉 기회가 많지 않아 심장사상충 감염 위험이 낮지만, 주로 산책하는 공원의 모기에 심장사상충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은 대전지역 주요 산책로와 반려동물·유기동물에서 채집한 진드기의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 감염실태를 조사했다.
2021년 3월부터 10월까지 대전지역 산책로 10개 지점에서 진드기 11,016마리를, 관내 동물병원과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346마리를 채집했다.
그 결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3건, 아나플라스마 14건, 에를리히 11건, 보렐리아 23건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대전지역 산책로와 반려동물의 몸에서 채집한 진드기에 다양한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가 존재하고 있다”며 “향후 기후 변화로 매개 질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