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3일부터 동물약국에서 반려견 4종 백신(DHPPi), 반려묘 3종 백신(FVRCP)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수의사 처방제가 확대시행됐기 때문이다.
만약 약국에서 개 종합백신, 고양이 종합백신을 처방전 없이 판매하면 약사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사실상 개·고양이 백신 약국 판매 금지
지난해 11월 13일 전문지식이 필요한 동물용의약품 성분 다수가 수의사 처방대상 성분으로 지정됐다.
대표적으로 모든 동물용 항생제와 개 4종 백신(DHPPi), 고양이 3종 백신(FVRCP), 고양이 광견병 백신이 포함됐다. 이중 백신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11월 13일 처방대상으로 적용된다.
개 5종 백신(DHPPL), 고양이 4종 백신, 5종 백신이 이미 2018년부터 처방대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려견·반려묘의 백신(생물학적제제)의 약국 판매가 금지되는 것이다. 수의사 처방전이 있으면 백신을 구입할 수 있으나, 처방전을 받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진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
백신 파는 약국은 합법, 접종하는 사람은 불법인 ‘이상한 상황’ 없어질까?
지난 2017년 7월 1일 반려동물의 자가진료(동물에 대한 주인의 진료행위)가 금지됐다. 비전문적인 진료행위에 따른 동물학대를 방지하고, 반려동물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함이었다. 약을 먹이거나 바르는 등의 통상적인 행위는 괜찮지만, 주사, 수술 등 침습적인 행위는 불법이다.
자기 소유의 동물이라도 백신 접종을 하면 수의사법 제10조(무면허 진료행위 금지)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동물약국에서의 백신 판매는 합법이었다는 점이다.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성분에 개 4종 백신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약국에서 백신을 파는 건 합법인데, 그걸 구매해서 접종하는 사람은 처벌받는 이상한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11월 13일부터 사실상 모든 개, 고양이 백신의 약국 판매가 금지되면서, 이러한 이상한 상황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심장사상충 약은 ‘약사예외조항’으로 계속 판매 가능
문제는 남아있다. 약사예외조항 적용을 받는 약들은 계속해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13일, 항생제·백신과 함께 주요 심장사상충 예방약, 아토피 치료제, 심장·신장 환자에 쓰이는 성분도 수의사 처방대상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 때문에 약국에서 계속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약국개설자는 약사예외조항에 따라, 주사용 항생제 및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백신)를 제외한 모든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처방제는 동물용의약품을 잘 관리해 항생제 오남용 등의 부작용을 막고 동물의 건강과 공중보건을 향상하기 위해 시행됐다. 하지만, 약사예외조항이라는 큰 구멍 때문에 그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를 계기로, 약사예외조항의 불합리함에 대한 지적이 필요한 시점이다.